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유튜브 같은 개인미디어의 시대에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비제이(BJ), 클럽 디제이(club DJ) 같은 용어다.
이 단어들은 디스크자키(disk jockey)에서 파생된 말로 디제이는 과거에는 음악을 선곡해 들려주는 직업으로서 방송가와 음악다방 등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며 많은 사람이 선망한 시절이 있었다.
디제이가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알려주는 노래가 바로 윤시내가 부른 ‘DJ에게’다. 1982년 발표된 이 곡은 크게 히트하면서 윤시내의 대표곡이 됐다.
“그 음악은 제발 틀지 마세요 DJ/ 잊었던 그 사람 생각나요 DJ/ 언제나 우리가 만나던 찾집에서/ 다정한 밀어처럼 들려오던 그 노래.”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직접 레코드판(LP)이나 CD를 사서 들어야 했다. 1970∼1980년대로 올라가면 인기곡은 무조건 LP나 카세트테이프를 사서 들어야만 했다. 그것도 가요의 경우이지 팝송은 KBS나 MBC 방송사의 라디오 프로그램이나 외국과 연줄이 있는 DJ가 운영하는 음악 전문 카페에서나 들어야만 했다.
원하는 노래를 듣고 싶으면 방송국에 엽서를 보내거나, LP카페에서 작은 쪽지에 곡목을 적어주면 DJ가 노래를 틀어주곤 했다. DJ가 LP를 걸어야만 음악을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어떤 노래가 나오느냐는 오로지 DJ의 의중에 달려 있었다.
따라서 원하는 노래를 들려주면 감사한 일이지만, 연인과 헤어질 때 들었던 슬픈 기억의 노래가 나올 때면 기분이 좋을 리가 없다. 윤시내가 절규하며 부르는 “그 음악은 제발 틀지 마세요 DJ”는 그런 의미였다.
그러다 보니 DJ는 음반업계에서도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다. 왜냐하면 그들이 어떤 음악을 자주 들려주느냐에 따라 히트곡이 바뀌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지상파 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과거 음악을 틀어주는 카페를 언더그라운드라고 했는데, 그들 사이에 인기를 얻어 주류 방송계에 진출한 가수들도 많았다.
DJ 이종환·김기덕·김광한 등은 모두 언더그라운드 카페 DJ 출신으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이제 음악은 자유롭게 듣는 시대가 됐고, 심지어 AI 가수까지 등장하고야 말았다. 세월이 날아가는 화살과 같다는 연시매최(年矢每催)를 다시 깨닫게 된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