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휴, 물이라도 좀 드시고 하시지.” “그러게. 나도 이렇게 목이 아픈데 말이야.”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의 20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보던 관객들이 쉬지 않고 9곡을 연달아 부르는 그를 보며 감탄 반, 걱정 반이 섞인 소리로 중얼거렸다. 조용필은 이날 130분간 진행된 공연에서 앙코르곡을 부르기 직전 단 5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무대를 떠나지 않고 노래를 불렀다. 관객들이 보는 앞에선 물도 한 모금 마시지 않았다. 74세의 조용필이 왜 아직 현역인지 보여주는 공연이었다.
첫 곡은 ‘아시아의 불꽃’이었다. 조용필은 첫 곡 말미에 “안녕하세요!”라고 짧게 외친 뒤 곧바로 ‘자존심’ ‘물망초’ ‘나는 너 좋아’ ‘그대를 사랑해’를 연속해 불렀다. ‘오빠!’ ‘형~사랑해’ ‘땡큐! 조용필’ 이 적힌 플래카드를 든 중년의 관객들이 조용필의 미소 한 번, 발걸음 하나에 큰 환호성을 보냈다.
조용필은 5곡을 마친 뒤에야 “제가 보통 12월에 뵀는데 이번엔 11월에 콘서트를 한다. 나이가 들어가는 모양이다. 추운 게 싫다”며 “여러분과 같이 노래하기 위해 오늘은 빠른 노래들이 좀 있다. 같이 불러주면 저희들에게 큰 힘이 된다. 운동하는 셈 치고, 화이팅!”이라고 외쳤다.
‘떼창 유도’ 멘트 뒤 ‘단발머리’의 전주가 나오자 대부분의 관객들이 일어나 춤을 추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조용필은 중간중간 다음에 부를 곡들을 짧게 소개했다. ‘고독한 러너(runner)’ ‘남겨진 자의 고독’을 부르기 전에는 “노래방이라고 생각하고 아는 사람들은 같이 불러달라”고 말했다.
55년 차 가수인 조용필은 관객들을 오랜 친구 대하듯 했다. “오늘 노래 많이 하셨죠?”라는 자신의 질문에 관객들이 “네!”라고 하자, “많이 한 거 아니야. 전 많이 하잖아요. 내 나이 때 이렇게 할 수 있어?”라고 농담을 했다. 공연 중간 한 중년 남성 관객이 “용필이형!”이라고 목놓아 외치자 웃으며 “내가 형이야?”라고 하기도 했다. 대부분이 중년 관객들이었지만, ‘삼촌 아프지 마세요’ 라고 적은 플래카드를 든 어린이 팬도 보였다.
조용필은 지난달 20집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앨범이 마지막 정규 앨범이 될 거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공연에서도 “이번에 20번째 앨범을 내놨다. 아쉽게도 끝났지만,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오랜 세월 조용필을 지켜본 팬들은 따뜻한 박수로 그를 축하했다.
혼자 130분을 채우면서도 보컬에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그는 공연 후반에는 20집 타이틀곡, ‘그래도 돼’를 시작으로 ‘킬리만자로의 표범’ ‘모나리자’ ‘여행을 떠나요’ 등 9곡의 ‘히트곡 메들리’를 단 한 차례도 쉬지 않고 이어갔다. 오후 7시50분, 공연시작 1시간50분 만에 처음으로 무대 밑으로 내려간 그는 5분 뒤 다시 올라와 앙코르곡을 불렀다. 공연의 마지막을 장식한 29번째 곡은 세대를 초월해 놀라움을 안긴 ‘바운스’였다. 마지막 곡을 마친 조용필은 미소를 지으며 관객들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뒤 무대를 떠났다. 그의 20집 발매 기념 콘서트는 두 차례(11월30일, 12월1일) 더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