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윤석열과 페루의 계엄과 탄핵, 닮음과 차이

2025-02-06

점입가경이다. 작년 12월 3일 계엄 선포 후 두 달이 넘어가고 있고,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이뤄진 지 한 달 보름이 넘어가며 벌써 입춘이 지나가고 있지만, 현직 대통령의 위법·위헌한 행위에 대한 ‘단죄’의 과정은 진영논리로 전화돼 가는 형국이다.

‘과표집’이나 ‘보수결집’, ‘야당 대표 악마화’ 등등의 이유로 여러 여론조사에서 계엄과 탄핵소추 의결 직후의 여론조사보다 윤석열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아지고, 국민의힘당이 민주당보다 높은 지지를 받는 조사도 나오기 시작하자(물론 여론조사는 설 이후에는 작용과 반작용 현상으로 상반된 결과도 나오고 있어서 여론전이 아닌 여론 조사전이 되는 중이다), 오히려 민주당과 야당을 내란 선동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명백한 ‘편 가르기’의 진영논리로 몰아가고 있다.

모든 합법적 단죄의 과정과 조치를 사사건건 꼬투리 잡아 불법적 행위로 역 선동하고 심지어는 헌법재판소 재판관의 성향까지 문제 삼으며 자파 진영 동원의 불쏘시개로 활용하고 있다. 만약 매체에서 계엄 당시 무장 군인들의 국회 난입 영상 등, 계엄 당시의 상황들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모든 과정이 논쟁거리로 치부되어 당시의 살 떨리는 두려움과 긴장감은 무뎌지고 그에 비례하여 진영 간의 이전투구만 남을 판이다.

현재 윤석열은, 국헌 문란의 근원이자 주범이기도 하지만 사실상 내전의 중심으로 전화하고 있다. 어떠한 법적 조치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정치적으로 극심한 진영 정치를 조장하며 또다시 정치적 중심이 되려고 하는 것이다. 탄핵소추 이후를 새로운 내란, 즉 내전으로 전화시켜 진영의 정치적 중심이 되어야만 훗날을 기약하며 살아남을 수 있기에 모든 과정 과정을 선동의 매개로 활용하고 있다.

후지모리, 계엄 성공했지만

결국 탄핵, 징역 25년 선고

기시감이 드는 예가 있다. 바로 페루다. 페루의 역사나 현재 상황 등 우리와 다른 점이 많지만, 5년 단임 대통령중심제, 국회의 탄핵권, 열혈 지지층 등 제도적 형식과 정치적 동원 문화는 비슷한데, 계엄 선포와 탄핵에서 비슷한 유형이 있었다. 1990년 대통령에 당선된 알베르토 후지모리는 당선된 지 2년도 안 돼 1992년 4월 5일(윤석열이 계엄 선포했던 날과 달리 휴일이었다) 비상계엄을 선포, 국회와 사법부의 해산과 야간 통행금지 등 포고령을 발포하고, 정적이었던 가르시아 전 대통령을 암살하라는 지시를 포함해 군인과 탱크를 국회로 보내 의원들에게 최루탄을 쏘며 의회를 해산했다.

이후 그는 헌법을 고치고 조기 총선을 실시해 원내 3당(의석의 1/6수준)이었던 자신의 당(Cambio90)을 제1당(44석/80석, 과반)으로 만들었다. 이후 후지모리는 연임에 성공하며 2000년 3선까지 달성했다. 3선 직전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수를 얻지 못하자(53석/120석), 정보기관을 동원한 의원 매수를 통해 과반을 만들기까지(63석/120석) 했다.

대법 판사와 정치인들에게 매월 1만 달러 지급, 신문사 100만 달러, 방송사 1000만 달러, 기사 한 꼭지당 3000~8000달러를 지급하는 등 각종 부정부패가 만연해 왔음이 밝혀지면서 퇴진 압력이 거세지자 2000년 9.16선언(본인 불출마 대통령 재선거 실시)을 발표했다. 이후 일본으로 5년간 도주했고 칠레 입국을 통해 재기를 꾀했으나 공식적인 탄핵과 징역 25년형을 선고받았다. 1992년 당시의 극심한 여소야대를 타파하고 영구집권을 꿈꿨던 계엄은 실행에는 성공했지만 결국 탄핵과 징역으로 결말이 났다.

실패한 쿠데타, 카스티요

탄핵·파면 징역 34년 구형

이와 유사한 사례로 2022년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의 경우가 있다. 교사 출신 정치 초년생이 2021년 대선에서 신승했지만(그것도 후지모리의 딸인 게이코 후지모리와 0.26% 차이였다), 취임 4개월 만에 ‘도덕적 무능’을 이유로 의회가 탄핵을 시도했으며(부결), 다시 취임 8개월 만에 총리만 네 번 교체될 정도의 국정 혼란과 경제 실패로 2차 탄핵안이 부결됐다. 이후 여당에서 제명에 가까운 탈당 이후, 검찰이 카스티요와 그의 가족, 지인들을 ‘범죄 네트워크’로 규정, 뇌물수수와 권력남용 등 총 6개 혐의로 수사해 오는 상황에서, 2022년 12월 7일(윤석열에 대한 국회의 1차 탄핵소추안 발의 일과 같다) 3차 탄핵을 바로 앞두고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발표했다.

후지모리식 성공 꿈꿨지만

카스티요식 실패로 끝난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하지만 후지모리와 때와는 달리 부통령은 위헌인 쿠데타라며 비판했고, 각료들도 반대와 사임으로 맞섰다. 군도 반대하는 기류에서 카스티요는 몇 시간 만에 의회에서 탄핵, 파면됐고, 망명을 위해 멕시코 대사관으로 도주하던 중 차 안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결국 ‘불법적으로 의회 기능을 정지시킨 뒤 비상 정부를 세우기 위해 사법부 고유 업무를 방해하려 한 혐의’로 징역 34년을 구형받고 수감됐다.

두 가지 사례로만 봐도 계엄과 탄핵, 그리고 이후 구속 등의 과정이 비슷하다. 하나는 성공한 쿠데타지만 결국 영구집권을 위한 부정부패로 단죄됐고, 하나는 실패한 쿠데타로 단죄가 진행 중이다. 즉, 윤석열의 12.3 계엄은 후지모리식 성공을 꿈꾸었지만, 카스티요식 실패로 막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후지모리의 딸 게이코 후지모리는 야당을 장악하며 유력한 대선후보로 세 차례나 등장했고, 농촌사회의 지지를 받는 카스티요 역시 ‘우익 의회 쿠데타의 희생양’이란 평가나 ‘권력을 찬탈당했다’는 옥중 서신 등으로 혼란스러운 페루 정국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윤석열이 본인의 계엄을 생각하면서 페루의 계엄과 탄핵의 역사를 참고했는지는 모르지만, 페루에서처럼 계엄 실패 후에도 여전한 정치적 중심 변수로서 자기 위상을 차지하기 위한 발악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 윤석열은 알까? 2023년 말 여론조사에서 가장 부정적 정치인 2, 3위가 카스티요와 게이코 후지모리였다는 것을.

김형근 ‘바꾸자울산’시민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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