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양대규 기자] 영풍의 소액주주들이 회사 측을 저격하며 주주가치 개선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영풍이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고려아연의 주주가치 제고'라는 명분을 내걸고 적대적 M&A를 진행하고 있지만 오히려 영풍의 주주들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주주행동 플랫폼 '액트'를 운영하는 컨두잇은 최근 영풍을 상대로 주주 행동 목적의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강성두 영풍 사장을 수신인으로 하는 공개 주주서한을 발송했다. 공개 서한에 참여한 주주들의 주식수는 총 3만6000주 이상으로 자사주를 제외한 유통 주식수의 약 2.1% 수준이다.
컨두잇은 그간 영풍의 주가가 부진했던 원인으로 ▲지속된 환경·안전 사고 ▲주력사업의 부진한 성과 ▲주요 자산 처분의 불투명성 ▲미흡한 주주 환원 등을 꼽았다. 구글 파이낸스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영풍 주가는 38만4500원으로 지난 1년간 약 22%(10만7287원) 떨어졌다. 지난 5년간으로 넓히면 주가 하락률은 무려 약 40%(25만1248원)에 달했다.
영풍 소액주주들은 구체적으로 먼저 석포제련소의 환경과 안전 문제는 이미 공론화돼 여러 차례 지적과 보완 요구가 있어 왔지만, 회사 측과 경영진이 미흡한 대처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76건의 환경 법령 위반 사실이 적발돼 총 25차례 당국의 고발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비소 누출에 따른 노동자 사망 사건으로 대표 이사 2명이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이후 영풍은 이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연간 1000억원 이상 환경 개선 투자를 진행하겠다는 목표치를 제시했지만, 실제 영풍이 환경 개선 분야 충당부채로 잡아놓은 금액은 총 3035억원으로 연평균 661억원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력 사업인 제련 부문의 경우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약 4년 가량 적자가 반복되는데도, 영풍은 전혀 실적 개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쟁사인 고려아연의 경우 2033년까지 제련사업에 5조 단위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인도의 힌두스탄 징크(Hindustan Zinc)와 스웨덴의 볼리덴(Boliden) 역시 설비 개선에 조 단위 투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영풍의 제련 사업 관련 유형자산 취득은 지난 2021년 약 670억원, 2022년 586억원, 2023년 646억원 수준으로 동종 업계 대비 부족한 수준임을 소액주주들은 지적한 것이다. 이 기간 영풍의 영업손실은 별도 기준으로 지난 2021년 728억원, 2022년 1078억원, 2023년 1424억원으로 점점 늘었다.
주요 자산 처분의 불투명성과 미흡한 주주 환원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소액주주들은 영풍이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진행하면서 자금줄 역할을 하는 사모펀드 MBK에 여러 특혜를 주는 내용의 경영 협력 계약을 체결했지만, 정작 주주들에게 구체적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영풍은 지난 2009년 이후 자사주를 취득한 사실이 없어 줄곧 주주 환원에 인색했던 데다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12만주를 소각하지 않은 채로 방치하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이에 따라 주주들이 영풍에 요구한 내용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원칙 확립과 구체적인 계획 수립 ▲아연 제련 사업에 대한 경영진의 설비 투자 등 유의미한 대책 마련 ▲주요 자산 처분의 불투명성 해소 ▲장부가 기준 4582억 원 상당의 비영업 자산(부동산) 매각 ▲신규 자사주 매입·소각과 5개년 주주환원책 수립 ▲주식 거래 활성화를 위한 액면분할 등이다.
소액주주들은 특히 업계에서 매년 환경·안전 사고가 반복되는 석포제련소를 두고 "체르노빌 발전소와 같다"는 뒷말도 나오고 있다며, 영풍이 안전, 환경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영풍이 MBK와 맺은 콜옵션 계약 세부 내용을 공개할 것과, 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해 콜옵션 가격 조정 등 계약 내용을 변경해줄 것을 문제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어 사업과 무관한 과도한 투자 부동산 보유는 낮은 PBR을 야기하는 주원인으로서 주주가치를 훼손한다며 사업과 무관한 투자 부동산을 매각할 것을 공개 요구했다. 또한 3000억 원 규모의 신규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동시에 영풍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역시 즉시 소각할 것을 제안했다.
이번 영풍 소액주주들이 회사 측에 주주서한에 대한 답변을 요구한 기한은 오는 10일까지다. 강성두 영풍 사장을 비롯한 영풍 측은 5일까지 소액주주들의 요구에 대해 어떤 답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영풍의 다른 주주들도 회사 측에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적극적인 활동을 공개 주문한 바 있다. 싱가포르 헤지펀드 운용사 메트리카 파트너스와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머스트 자산운용은 컨두잇과 동일하게 자사주 소각 및 MBK와 맺은 경영 협력 계약 공개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영풍은 자사주 소각이 아닌 자사주 일부를 배당하며 주주들의 요구를 사실상 묵살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