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효성에 구리 소재 공급
작년 잠정 매출 3040억원 기록
27일 스팩 합병 승인 주총 예정
“북미와 유럽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 도래, 중동 대규모 스마트 시티 건설, 인공지능(AI) 보급에 따른 데이터센터 건설 수요에 따라 향후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판단한다.”
심영섭 티씨머티리얼즈 대표는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코스닥 상장 이후 회사의 청사진을 이같이 밝혔다. 울산에 본사를 두고 1995년 설립된 티씨머티리얼즈는 구리를 활용해 전력 인프라·전장·가전용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대신밸런스제15호스팩과 합병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주력 사업인 전력 인프라 소재 부문은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해 진입 장벽이 높다. 실제로 전력 인프라를 생산하는 HD현대일렉트릭, LS전선, 대한전선, 효성중공업 등에 CTC, 각동선 등을 공급하는 업체는 티씨머티리얼즈와 경쟁업체 A사 2곳 뿐이다.
심 대표는 “고객사가 정한 스펙에 맞는 제품을 주문 생산하므로 경쟁사와 생산 기술 차이는 거의 없지만, 초고압케이블용 소선절연선과 해저케이블용 각동선을 자사가 국내 최초 개발해 시장 선두를 지키고 있다”며 “수요가 폭증해 발주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미드타임이 두배가량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2023년 매출 2520억원, 영업이익 87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잠정 매출액도 3040억원대로 집계됐다. 안정적인 실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코스닥 직상장이 아닌 스팩 합병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회생이력이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기 위한 선택이다.
심 대표는 “상장을 신청하던 2023년 당시 전력 인프라의 폭발적 수요와 그에 따른 회사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며 “시장과 사업 특성을 잘 이해하고 미래 성장 동력을 분석할 수 있는 전문 투자자가 의사를 결정하는 구조를 지닌 스팩 상장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티씨머티리얼즈는 2019년 1월부터 2020년 4월까지 기업회생을 거쳤다. 사업상 문제가 아닌 일시적 유동성 문제에서 비롯됐던 덕에 조기에 회생에 성공했다.
심 대표는 “2017년 현 제3공장에 해당하는 중전기 공장 설립 당시 부산 엘시티 사태로 신규 대출이 진행되지 않아 보유한 운전자금을 투입하면서 원자재 수급 차질이 발생했다”며 “캠코에 세일즈앤리스백을 통한 자산매각을 비롯한 적극적 자구 노력으로 빠르게 정상화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회생 종료 이후인 2021년 코스닥 상장사 바이오스마트가 회사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바이오스마트는 지난 30여년간 10여곳의 기업을 인수하며 덩치를 불려왔다. 이 가운데 지난해(18%)를 포함해 보유한 티씨머티리얼즈 지분을 수년간 틈틈이 매각했다.
심 대표는 “상장사 대주주가 지분을 100% 보유할 필요가 없으므로 안정적인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을 제외하고 투자 자금을 일부 회수했다”며 “만일 상장 후 대주주가 대량 지분을 매각하면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 관련 논란을 사전에 예방한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티씨머티리얼즈는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회생 당시 캠코에 매각한 공장 재매입에 활용할 계획이다. 심 대표는 “지급 임차료가 감소해 수익성이 개선되는 한편, 사업상 자금이 필요한 경우 더 유리한 조건으로 은행 거래가 가능해 금융 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