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티메프' 발란 사태 방지 가능했다
작년 10월 발의 관련 개정안, 국회 계류 중
공정위 "모니터링하며 상황 주시"

지난해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에 이어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까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유통업계의 대규모 미정산 사태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정치권의 '방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혼란한 탄핵 정국 속 대책 마련은 사실상 뒷전이 됐다. 기약 없는 대책 마련에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판매업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
3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발란은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지난달 24일 발란은 판매 대금 정산을 중단했으며, 28일에는 결제 시스템이 차단돼 플랫폼 운영이 사실상 중단됐다.
업계에선 발란의 미정산 금액이 최소 13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다만 입점 업체가 1300개에 이르고 이들의 월평균 거래액이 약 300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피해액은 최대 수백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2의 티메프' 사태 격인 발란 사태가 발생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이 지목되고 있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업체의 정산 기한은 특약 매입의 경우 판매 마감일 기준 40일, 직매입의 경우 상품 수령일 기준 60일 이내다.
현행법상 법이 적용되는 건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규모 유통업이다. 이에 티메프나 발란 등 플랫폼 중개업자들은 관련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 있다. 이런 허점을 악용해 티메프 등 자금이 부족해진 일부 플랫폼 중개업자들이 긴 정산 주기를 활용해 판매자들의 판매 대금을 자신들의 자금처럼 유용해 왔다.
발란의 경우 판매자가 7일, 15일, 30일 중 정산 주기를 선택할 수 있었다. 정산 주기 자체는 짧아 보이는 듯하지만 실질적 정산 주기는 긴 편이었다고 판매자들은 말한다.
실제 한 판매업체는 "말 그대로 (금액) 정산만 주 단위이고 실제 정산을 받기까지는 판매 시점 기준 1개월에서 1개월 반 정도가 걸렸다"고 단언했다.
이에 대규모유통업법의 시급한 개정이 요구되지만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은 혼란한 정국 속 뒷전으로 전락했다. 결국 정치권의 무관심과 책임 방기가 피해자를 양산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 지난해 10월 공정위가 발표했던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은 정치적 난국 속에서 여전히 국회 계류 중이다.
이 개정안의 골자는 국내 중개거래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거래규모 1000억원 이상인 온라인 중개거래 사업자가 20일 내 판매 대금을 입점업체에 지급하도록 한 것이다.
또 온라인 중개거래 플랫폼이 직접 판매 대금을 받아 관리하거나 자신과 계약한 전자지급결제대행(PG)사가 판매 대금을 받아 관리하는 경우 구매확정일로부터 20일 이내에 판매 대금을 정산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12·3 계엄 이후 국회가 사실상 극단의 정쟁으로 얼룩지면서 해당 법안에 대한 심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실상 탄핵 때문에 모든 게 올스톱인 상황"이라며 "갈등의 골이 커져 여야 합치도 잘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인 만큼 윤석열 대통령 선고 이후에도 언제 법안이 통과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공정위는 발란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공정위는 "상황이 실시간으로 전개되고 있는 만큼 계속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차일피일 미뤄지는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에 한 피해업체는 "정책 지원 대출이라도 들어오면 숨통이 트이겠지만 정치 이슈 때문에 완전히 묻혀버린다면 대출도 나오지 않을까 봐서 걱정"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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