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 여성 폭행 인물 임명에
국무회의 설전 생중계 이어
환경·외무 장관들 연속 퇴진
콜롬비아 첫 좌파 정권 위기
![](https://img.khan.co.kr/news/2025/02/10/rcv.YNA.20250210.PAF20250210102201009_P1.webp)
콜롬비아 내각 구성원들이 인사 문제로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과 충돌한 뒤 줄이어 사퇴했다. 내분이 벌어진 동시에 오랜 동맹국이었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하고 있는 페트로 대통령의 국정운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수사나 무하마드 콜롬비아 환경부 장관은 9일(현지시간) 현지 칼럼니스트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로스다니엘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그는 “화요일에 일어난 상황을 생각하면 대통령은 내각을 개편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로라 사라비아 외무장관도 엑스(옛 트위터)에 사임했다고 발표했다.
화요일이었던 지난 4일에는 장관급 인사들이 모인 국무회의에서 페트로 대통령과 일부 장관들이 갈등을 벌이는 모습이 방송으로 생중계됐다. 회의에서는 아르만도 베네데티 전 상원의원의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임명 건으로 말다툼이 이뤄졌다.
베네데티 전 의원은 동거하던 여성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은 전적이 있다. 자신과 알력다툼을 벌이던 사라비아 당시 대통령 수석비서관에게 전화해 욕설을 내뱉은 녹음파일이 유포되면서 2023년 주베네수엘라 콜롬비아 대사직에서 사퇴하기도 했다.
무하마드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페미니스트이자 여성으로서 베네데티와 같은 회의에 앉아있을 수 없다”면서 페트로 대통령을 향해 일침을 가했다. 2022년 페트로 내각 출범과 함께 환경부 장관으로 취임한 무하마드 장관은 환경운동가이자 정치학자 출신이다.
북부 갱단 폭력 사태, 트럼프 행정부와의 외교갈등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콜롬비아 행정부의 내분은 극에 달하고 있다. 베네데티 수석비서관 인사 논란이 인 후 지난주에는 후안 다비드 코레아 문화부 장관과, 취임한 지 일주일밖에 안 된 호르헤 로하스 로드리게스 행정장관 등이 사임했다. 이들과 충돌한 페트로 대통령은 9일 모든 장관에게 공식 사임을 요구했다.
콜롬비아 독립언론 콜롬비아원은 페트로 대통령이 미국과의 심각한 외교 위기를 맞은 상황에 베네데티 수석비서관을 임명했다고 전했다. 베네데티 수석비서관은 주베네수엘라 대사였던 당시 두 나라의 정치, 무역갈등을 해결했다.
페트로 행정부는 최근 미국과도 갈등을 겪었다. 페트로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미국에서 추방된 자국민을 태운 미국 군용기의 착륙을 불허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콜롬비아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관세는 50%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복 조치를 발표했다. 발표가 나온 지 9시간 만에 페트로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이번 내각 분열로 2026년 임기가 종료되는 페트로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만료를 앞둔 대통령에게 나타나는 권력누수 현상)이 심화할 전망이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수도 보고타의 시장을 거쳐 2022년 8월 취임한 그는 콜롬비아 최초의 좌파 대통령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