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진이 발생하면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 끌어안듯이 코끼리들도 새끼를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관찰됐다.
미국 USA 투데이에 따르면 14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부 지역에 규모 5.2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역의 샌디에이고 동물원 측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하자 아프리카 코끼리 무리는 당황한 듯 사파리 안을 뛰어다녔다.
그러다 옹기종기 모이기 시작하더니 나이 든 코끼리 3마리(은둘라, 움가니, 코시)가 7살의 어린 코끼리(줄리, 음카야) 두 마리를 중심으로 엉덩이를 안쪽으로, 머리를 바깥쪽으로 두고 원을 그리며 서기 시작했다. 이 행동은 약 4분간 이어졌다. 원 형태는 이내 흩어졌지만 불안한 듯 한동안 어린 코끼리 주변을 맴돌았다.
동물원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이 행동은 '경계 원'(alert circle)이라고 불린다. 코끼리는 지능이 높고 사회성이 뛰어난 동물이다. 또 발로 소리를 감지할 정도로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위협을 느끼면 무리 내 어린 코끼리들은 중앙에, 성체 코끼리들은 바깥쪽을 향해 무리를 방어하는 형태를 취한다. 샌디에이고 동물원 사파리 파크의 민디 올브라이트 포유류 큐레이터는 “한번 원을 그리며 돌면, 위험이 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 주변을 경계한다”고 설명했다.
영상을 보면 새끼 중 한 마리는 원 안으로 정확히 들어가지 않고 가장자리에 반쯤 머물러 있다. 올브라이트 큐레이터는 “용기와 독립심을 보여주는 행동이며, 몇 년 안에 성체가 되면 그의 역할을 바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용감한 새끼 코끼리를 함께 키웠던 암컷 코끼리 코시는 코로 새끼의 코와 얼굴을 톡톡 두드리면서 원 안으로 들어가라는 듯 진정시키는 모습도 보였다.
1시간 뒤, 여진이 발생하면서 코끼리들은 다시 모였다가 더 이상 움직임이 없자 해산했다고 동물원 측은 전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