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누비다 바퀴 멈추면 출동…초록 조끼 '따릉이 닥터'의 당부 [스튜디오486]

2025-10-10

[스튜디오486]은 중앙일보 사진부 기자들이 발로 뛰어 만든 포토스토리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중앙일보는 상암산로 48-6에 있습니다.

넓디넓은 서울을 연결하는 거미줄 같은 도로 구석구석을 누비는 공공자전거 ‘따릉이’. 분주한 출근길도 여유로운 주말의 강변에서도 따릉이는 언제나 시민들의 편리한 이동을 돕는다.

시민들과 함께 쉼 없이 서울 거리를 누비는 따릉이 뒤에는 묵묵히 이들을 돌보는 '따릉이 닥터'가 있다는 사실. 펑크 난 타이어를 수리하고, 틀어진 핸들바를 바로잡는 등 수리가 필요한 하루에도 수십·수백 대의 따릉이를 고쳐 다시 달릴 수 있도록 길 위에 올려놓는 사람들. 바퀴가 멈추는 순간 무전기가 울리고, 초록색 조끼를 입은 따릉이 닥터가 출동한다. "따릉, 따릉, 따르릉"

지난 1일 오전 8시 홍대입구역 2번 출구 앞에는 출근길 따릉이를 탄 시민들이 지하철 입구로 모여들었다. 이미 지하철역 입구 따릉이 대여소는 포화 상태. 타고 온 따릉이들이 인도까지 점령하고 있었다.

쌓여가는 따릉이 사이에서 초록색 조끼 차림의 따릉이 닥터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상암센터 소속 분배팀 김성훈 주임은 포화상태인 따릉이를 능숙하게 트럭에 옮겨 실었다. 넘치는 따릉이를 회수해 부족한 대여소로 옮기는 ‘분배 작업’ 중이다.

김 주임은 "자전거 20대를 실을 수 있는 트럭으로 이 작업을 매일 오전 출근 시간과 퇴근 시간에 3번씩 반복한다"고 했다. 분배팀은 주로 고장 신고나 거치대 회수, 단말기 배터리 교체, 미반납 처리 민원 등 현장대응 업무를 담당한다. 가끔은 경기도로 넘어간 따릉이를 회수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설공단의 따릉이 유지관리는 강남관리소(152명)와 강북관리소(150명) 두 곳에서 한다. 두 관리소 아래에 11개 권역별 센터가 수거·정비·배분을 맡아 하고 있다. 현장에서 회수한 따릉이는 센터에서 점검 과정을 거친다. 이날 홍대에서 수거된 따릉이는 강북관리소 소속 상암센터로 보내졌다.

상암센터 안은 회수한 따릉이로 가득했다. 수리가 필요한 따릉이, 정비를 마치고 대여소로 나갈 따릉이, 부품 재활용을 위한 폐 따릉이가 구역별로 정리돼 있었다. 전희명 서울시설공단 공공자전거 운영처 강북관리소장은 "서울시설공단과 서울시 소재 동네 자전거 수리점(영세업체)이 협업하는 '따릉이포'(따릉이+동네 점포) 사업을 통해 정비 업무를 분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비센터로 들어서자 따릉이 닥터들이 분주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 수많은 공구가 걸린 각자의 작업대에서 따릉이를 수리하는 중이다. 얼핏 보면 새 자전거를 만드는 공장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외관상 조금 허름해 보이는 것과는 달리 대당 가격이 약 43만원인 따릉이는 이곳에서 100여개의 부품으로 탄탄한 정비를 받는다.

정비반장인 맹관영 선임은 “이곳에서는 일반 정비, 단말기 정비, 대여소 시설정비(거치대 및 통신오류) 등 3개 파트 정비로 나뉜다"며, "주로 타이어 수리와 벨 교체, 체인 정비 등 일반 정비가 가장 많다”고 말했다. 맹 선임은 “이곳 정비사들은 시민들의 안전한 이용을 위해 수리를 끝낸 따릉이도 일일이 주행 테스트를 하며 미세한 부분까지 정비한다”고 귀뜸했다.

여러 작업대 사이, 세월의 흔적이 물씬 풍기는 나무 정비대를 사용하는 최재혁 주임이 눈에 들어왔다. 직접 바퀴 달린 의자를 개조해 쓴다는 그는 자전거를 요리조리 돌리며 능숙하게 손을 움직였다. 7년째 같은 정비대를 써왔다는 그는 “새 정비대만큼 편하진 않지만, 손에 익어서 효율이 높다”며 “퇴직할 때까지 이 정비대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2015년 9월부터 2025년 8월 말까지 기준으로 따릉이 누적 이용건수가 2억4600건을 넘었다. 현재 4만5000대와 2789개 대여소, 3만3730개의 거치대가 운영되고 있다. 올해 노후 자전거 2000대가 교체됐으며, 하루평균 약 800건으로 총 23만8657건의 정비가 이뤄졌다.

맹 선임은 “시민 이용 편의성 향상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며 “보행자와 다른 이용자를 위해 자전거는 꼭 지정된 거치대에 반납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매일 아침 거리로 나서는 따릉이 한 대에 이렇게 수많은 손길이 닿아 있었다. 누군가의 출근길을 돕고, 또 다른 누군가의 여가를 이어주는 이 작은 바퀴의 순환은 도시의 리듬을 만든다. 멈춤과 출발을 반복하며 달려온 시간 속에서 따릉이는 단순한 교통수단이 아니라, 서울의 일상과 시민들의 생활을 잇는 하나의 연결망이 되어가고 있다. 그 뒤에 '따릉이 닥터'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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