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실적제한에 ISO 인증까지 요구

2024-10-11

조달청, 경쟁제한 사례 분석

불합리한 입찰자격 설정 등

13개 유형 상세하게 분석

[정보통신신문=이민규기자]

정부 및 공공기관에서 시설공사 등 공공사업을 집행할 때 입찰기준을 합리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발주처에서 무리한 실적과 인증을 요구하거나 기업 간 경쟁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이처럼 입찰 문턱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조달시장에 새로 진입한 다수의 중소기업은 공공사업을 수주해 일감을 확보하기가 매우 어려워진다.

이와 관련, 조달청은 공공조달시장의 부적정한 경쟁제한 사례와 시정 내용을 상세히 분석했다. 조달청은 발주기관 요청내용과 나라장터 사전규격공개에 대한 등록의견 등을 토대로 분석한 내용을 정리했으며, 이를 국가종합조달시스템 ‘나라장터’ 자료실에 공개했다.

조달청이 분석한 경쟁제한 유형은 △입찰참가자격의 과도한 제한 △부적정한 실적 요구 △다수공급자계약(MAS) 또는 종합쇼핑몰 미이용 △과도한 인증요구 △부적정한 지역제한 △부적정한 입찰기간 단축 △수의계약 남용 △과도한 인력요구 △특정규격 요구 △공동수급체 구성 제한 △경쟁 제한적 입찰 △부적정한 제안서 평가 △불필요한 통합 발주 등 크게 13가지다.

주요 경쟁제한 사례를 살펴보면 ‘A’ 발주처는 시설공사를 발주하면서 최근 5년간 공사금액 10억 이상, 객석 1000석 이상의 공사실적을 모두 보유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지만 관련 업계에 따르면 ‘A’ 발주처의 입찰자격 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업체는 전국에 2~3개사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조달청은 더 많은 업체가 입찰에 참가할 수 있도록 입찰자격 요건 중 과도한 실적 제한에 관한 내용을 삭제했다.

‘B’ 발주처는 정량평가항목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설정해 관련업계의 불만을 샀다. 당초 입찰내용을 보면 최근 3년간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서버와 스토리지에 대한 납품 및 구축 실적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야만 정량평가항목을 충족할 수 있었다. 지자체가 아닌 여타 공공기관을 상대로 PC·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정보시스템 유지보수 사업을 한 것은 실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었다.

이와 관련, 관련업계는 지자체를 제외한 공공기관 납품실적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지나치다며 이에 대한 정정을 요구했다. 이에 조달청은 평가기준을 완화해 지자체 외 공공기관의 실적을 포함하도록 입찰기준을 변경했다.

‘C’ 발주처는 국제표준규격 등 과도한 인증을 요구한 게 문제가 됐다. 당초 입찰내용을 보면 〇〇〇 물품 제조업체로서 국제표준규격 공인기관으로부터 ISO9001와 ISO14001을 획득해야만 사업에 참여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정보통신공사업체로서 〇〇〇 물품에 대한 직접생산증명서를 보유한 업체면 해당 사업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데 업계의 견해가 일치했다. 발주처가 적정사업 범위를 넘어 과도한 수준의 입찰자격을 정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조달청은 ISO 인증에 대한 사항은 입찰자격에서 삭제해 공고하도록 했다.

‘D’ 발주처는 △△△ 저장장치를 도입하면서 과도한 지역제한 조건을 내세웠다. 나라장터 입찰참가자격을 보유한 지역업체 중 물품제조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야만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자격요건을 충족할 수 있는 업체는 지역 내 8개사에 불과했다. 이에 조달청은 물품제조가 아닌 물품 공급능력만 갖고 있으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격요건을 완화했다.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수의계약도 지적대상에 포함됐다. ‘E’ 발주처는 국가계약법령 규정을 내세우며 수의계약 방식으로 물품 구매를 진행했다. 그러나 국가계약법령에 따라 수의계약 방식으로 물품 구매를 하려면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즉, 해당 물품의 생산자 또는 소비자가 1인뿐인 경우로서 다른 물품을 제조하게 하거나 구매해서는 사업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을 명확히 입증해야 한다. 또한 해당 수의계약 대상업체 외에 다른 업체로부터 물품을 공급받을 경우 이미 조달된 제품과 호환성이 없다는 사실이 분명히 확인돼야 한다.

조달청은 ‘E’ 발주처의 경우 이 같은 수의계약 요건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수의계약 사유를 다시 검토하도록 했다. 특히 대체용품 유무와 기존 조달 물품과의 호환성 여부 등을 면밀히 살피도록 했다.

공동수급 참여 업체 수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입찰도 개선대상으로 분류됐다. ‘F’ 발주처는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공동이행 방식의 구성원 수를 2개 업체 이내로 제한했다. 하지만 지방계약예규에는 공동수급체 구성원 수는 5인 이하의 범위에서 자유롭게 구성하게 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조달청은 계약의 특성상 부득이 공동수급체 구성원 수를 5인 미만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 사유를 명시하도록 했다.

정보통신업계 관계자는 “공공입찰에서 지나치게 엄격한 실적이나 자격요건을 요구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면서 “이는 유망 중소기업의 공동 조달시장 참여에 큰 걸림돌이 된다”고 지적했다.

조달청도 “공공조달 시장에서 공정경쟁이 정착되도록 모든 발주처에서 힘을 모아야 한다”면서 “각 발주기관은 공공사업을 자체 발주하거나 조달청에 조달요청 하기 전에 과도한 경쟁 제한에 해당하는 내용이 없는지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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