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조가 공기 중 전파? 사실이면 환경부 연구 신뢰 ‘치명상’

2025-02-04

환경단체 공기 중 조류 독소 전파 연구

97명 중 47명 콧속 ‘마이크로시스틴’ 검출

정부 연구기관 7차례 조사 결과와 상충

환경부 “공인 기관서 공동 조사해야”

민간 전문가와 환경단체에서 그동안 환경부 연구 결과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던 ‘공기 중 조류독소(녹조) 전파 가능성’을 입증하는 결과를 내놓아 파장이 예상된다.

환경단체와 민간 전문가는 3일 낙동강 인근 주민 2명 중 1명의 콧속에서 신경계 질환 등을 일으키는 녹조 독성물질이 검출됐다는 내용으로 회견을 열었다.

환경부는 그동안 공기 중 녹조 전파 가능성에 관해 여러 차례 연구를 반복해 문제가 없다고 강조해 왔다. 따라서 이번 기자회견 내용이 사실로 밝혀지면 그간의 연구는 물론 앞으로 진행할 정부 기관 연구 신뢰도 문제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환경운동연합과 낙동강네트워크, 대한하천학회 등은 3일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회화나무홀에서 회견을 열고 ‘사람 콧속 녹조(유해 남세균) 독소 검출 결과’를 발표했다.

낙동강 중하류 권역 주요 녹조 발생 지역에서 2㎞ 이내 거주민과 어민, 농민 등 97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8월 19일∼9월 12일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상자 중 46명(47.4%)의 콧속에서 녹조 성분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신경계 질환 등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 대상 가운데 34명(73.9%)에게서는 마이크로시스틴 중에서도 독성이 가장 강한 마이크로시스틴-LR 성분이 나왔다.

해당 연구는 김동은 계명대 동산의료원 이비인후과 교수와 이승준 국립부경대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자문은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명예교수, 강찬수 환경신데믹연구소 소장이 맡았다.

이들은 “사람 코에서 대표적인 녹조 독소인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는 것은 녹조 독소가 인체에 유입됐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이번 민간 전문가 조사 결과는 녹조 에어로졸이 녹조 독소의 인체 유입에 있어 중요 경로가 될 수 있다는 해외 연구 결과와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발표에 환경부는 전문가 자문을 거쳐 필요하다면 공동 조사를 하자고 제안했다. 그동안 환경부가 국립환경과학원, 한국물환경학회 등에 의뢰해 7차례 조사한 연구에서는 녹조 성분이 공기 중에 검출된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콧속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나온 것이 맞는다면) 어떤 경로로 노출됐는지 파악이 필요하다”면서 “사람 콧속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된 외국 사례를 보면 (녹조가 발생한 물에서) 어업이나 수영 등 친수 활동을 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만약 공동 조사에서도 공기 중 녹조 성분 전파 가능성을 확인한다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최고 전문성을 가진 정부 산하 연구기관과 민간 전문 단체에서 내놓은 연구 결과가 통째로 뒤집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기관이 앞으로 추진할 연구에 대한 불신으로도 이어질 수 있어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단체) 연구 당시 조건이 어땠는지, 주변 상황이 어땠는지가 중요하다”며 “연구 상황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때문에 더 스터디를 해봐야 하는 측면이 있다. 이런 대목을 (환경단체와) 같이 고민해 봐야 한다”고 공동 조사 필요성을 역설했다.

덧붙여 “사실 검출 여부보다도 이게 인체에 영향을 주느냐가 중요하다”며 “현재까지 공기 중 조류 독소를 관리하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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