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러시아 연구진이 북극의 영구 동토층에서 메탄가스 폭발을 예측하는 실험 장치를 개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는 단순한 과학적 성과가 아니라, 기후 변화가 초래할 ‘시한폭탄’을 경고하는 신호다. 북극이 따뜻해지고 동토층이 녹으면서, 지하 깊숙이 갇혀 있던 메탄이 폭발적으로 분출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흔히 이산화탄소(CO₂)를 지목한다. 그러나 메탄(CH₄)은 이산화탄소보다 28배 더 강력한 온실가스로,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크다. 특히, 북극의 동토층에는 수백만 년 동안 축적된 막대한 양의 메탄이 갇혀 있다. 지금까지는 동토층이 마치 뚜껑 역할을 하며 가스를 차단해왔지만, 이제 그 뚜껑이 녹아내리면서 지구 대기 속으로 엄청난 양의 메탄이 방출되고 있다.
그동안 메탄가스 분출은 산발적으로 발생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에서 거대한 웅덩이와 분화구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으며, 과학자들은 이를 메탄 폭발로 인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폭발이 더욱 빈번해지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빈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되돌릴 수 없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동토층에서 방출된 메탄은 온난화를 가속화하고, 더 빠른 동토층 해빙을 초래한다. 이는 더 많은 메탄을 방출하는 악순환을 만든다. 즉,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변화는 단순한 ‘지구 온난화’가 아니라, 폭발적인 기후 위기로 치닫고 있다는 의미다.
러시아 연구진은 이번 실험을 통해 가스 분출을 예측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지만, 폭발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지진이나 화산 폭발처럼 사전 모니터링을 통해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방법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이를 완벽히 예측하는 것은 어렵다.
최근 연구에서는 동토층에서 생성된 메탄 마운드(지표면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가 폭발의 주요 징후라는 점이 확인됐다. 2024년 8월 30일, 러시아 야말 반도에서 연구 중이던 두 개의 마운드 중 하나가 실제로 폭발했다. 이 마운드는 연간 50cm 이상 성장하며 위성으로도 관측될 정도로 컸다. 문제는 이런 마운드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학자들은 북극 동토층 지하에 최소 60억 톤 이상의 메탄이 존재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 메탄이 한꺼번에 대기 중으로 방출될 경우, 현재의 기후 변화를 훨씬 더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메탄 폭발의 위력은 10톤 TNT 폭발과 맞먹는 수준으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거대한 시한폭탄이 북극 곳곳에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우리는 두 가지 선택 앞에 서 있다. 하나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무시하고, “당장 나와는 상관없는 문제”라며 외면하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지금이라도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물론 개인이 동토층 폭발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각국 정부와 산업계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북극의 메탄 폭발이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는 분명하다. 기후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이 경고를 무시한다면, 우리 세대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까지도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김용원 / 알래스카주립대 페어뱅크스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