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인류문명의 발달을 농업사회, 산업사회 및 정보화 사회의 단계로 구분하고 있으며 현재 우리는 정보화 사회가 더욱 진화한 4차 산업시대인 디지털 사회에 살고 있다고 정의하고 있다. 디지털 사회에서는 온라인으로 모든 일상생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인공지능(AI) 등 그 활용이 고도화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다. 디지털 사회가 진행되면서 일상생활을 원활하게 영위하기 위해서는 엄청나게 많은 데이터를 매우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해서 이용자에게 제공돼야 할 것이다. 이를 제대로 수행하는 발전소가 디지털 데이터센터로서 바로 디지털 사회의 심장이다.
△데이터 사용의 급증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데이터 사용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일상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부터 시작해, 기업의 빅데이터 분석, AI 모델 학습, 그리고 사물인터넷(IoT) 기기들이 생성하는 데이터에 이르기까지, 데이터는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생성되고 또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스테티스타의 통계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 세계 데이터 생성량은 약 175제타바이트(ZB)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2018년에 비해 약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시장현황
데이터 사용이 급증하면서, 이를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는 인프라로써 데이터센터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클라우드 컴퓨팅의 확산과 함께 기업들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데이터센터는 현대 사회의 필수적인 기반 시설로 자리잡게 됐다.
이처럼 데이터센터의 역할이 중요해짐에 따라, 그 수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500제곱미터 이상 기준으로 민간데이터센터는 2023년 기준 85개(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2024년 마켓리포트)인데, 2027년도까지 구축 중인 것과 계획 중인 데이터센터 구축 상태를 확인했을 때 30여개소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리서치 플랫폼인 스테티스타의 2023년 12월 자료인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1만1000개 이상의 데이터센터가 존재(미국에만 5388개의 데이터센터가 있음)하며 2024년에는 약 344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추정한다.
또 다른 데이터센터 시장 전망 보고서인 '글로벌 데이터센터 마켓 2019~2032'에 따르면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 규모는 2022년 2946억달러에서 2032년 6170억달러로 약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가트너 보고서에 의하면 데이터센터의 클라우드 기반 서비스와 AI을 활용한 최적화 서비스가 향후 시장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며, 이러한 변화는 기존 데이터센터의 인프라를 더욱더 혁신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역할
데이터센터의 역할이 초기에는 기업이나 기관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단순한 역할로 여겨졌다.
그러나 디지털 사회로 진전된 오늘날에는 그 역할이나 규모가 상상 이상으로 변화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는 세계 디지털 사회를 뒷받침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데이터센터가 부족하거나 그 성능이 미비하다면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21년 초 발생한 페이스북의 서비스 중단 사례를 살펴보자. 당시 데이터센터의 네트워크 장비 오류로 인해 세계 수억 명의 사용자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을 사용할 수 없었다.
국내에서는 2022년 10월 판교에 있던 모기업의 데이터센터에 화재가 발생해 카카오 서비스가 일주일 이상 중단, 사회적 혼란을 가져온 적이 있었다.
이런 사건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데이터센터 인프라의 중요성을 상기시켜 줬다. 만약 충분히 안정적이고 확장 가능한 데이터센터가 구축되지 않는다면, 전 세계 수많은 기업과 개인들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는 것이다.
또,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많은 기업들이 원격 근무와 온라인 교육으로 전환되면서 클라우드 서버와 데이터센터의 과부하가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이에 따라 데이터 전송 속도의 저하나, 서비스 장애가 발생하면서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데이터센터의 용량이 충분하지 않거나, 확장성이 부족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나아갈 길
이제 데이터센터는 디지털 사회를 지탱하는 핵심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클라우드 서비스와 빅데이터, AI, IoT 기술의 발전에 따라 데이터센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그 수요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의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만일 데이터센터가 충분하지 않거나 그 성능이 떨어지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의존하는 디지털 서비스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
이처럼 데이터센터의 환경이 변하고, 그 역할이 중요해져 디지털 사회의 핵심인프라로 등장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의 데이터센터 관련 정책은 여전히 무관심의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이다.
오히려 데이터센터 구축과 관련한 전력공급의 과도한 규제, 근거 없는 민원의 지속적 제기 현상과 이에 따른 해당 관청의 데이터센터 구축 회피 등 부정적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외국 기업들이 우리나라에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거나 이용하지 않고 인근의 다른 나라로 방향을 돌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일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육성해 디지털사회에서 지속적인 우위를 지켜나가기 위해서는 관련 규제를 최소화하고 데이터센터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진흥정책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무관심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와 혁신적인 기술 개발 지원 등 디지털 사회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책을 마련해서 대처해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강중협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 회장 batkjh@kdcc.or.kr
〈필자〉강중협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장은 행정안전부 정부통합전산센터(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센터장을 비롯해 정보화전략실장을 역임하는 등 공공 정보기술(IT) 발전 한 축을 이끌며 헌신해 왔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장 취임 후 데이터센터 산업계 의견을 국회·정부 등에 전하며 산업 발전 기틀을 다지는데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