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1개 대학·연구기관 학자 발표
“지속가능 목표에 ‘우주 쓰레기’ 추가”
지구 궤도에서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우주 쓰레기’ 문제를 유엔이 앞장서 해결해야 한다는 세계 과학자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미래에는 지구 궤도에서 ‘우주 교통사고’가 빈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영국 플리머스대 등 세계 11개 대학·기관 소속 연구진은 최근 “지구 궤도가 우주 쓰레기로 꽉 차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유엔이 나서야 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원 어스’에 발표했다.
우주 쓰레기는 수명을 다한 인공위성이나 기능이 끝난 로켓의 잔해다. 위성끼리 부딪치며 생긴 파편도 포함된다. 지름 10㎝ 이상만 추려도 약 4만개다. 지름 1~10㎝는 무려 약 110만개다. 개수도 많지만 속도도 매우 빠르다. 총탄의 8배다. 지구 궤도의 인공위성과 충돌하면 심각한 손상을 입히거나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연구진은 “유엔은 ‘지속가능 발전 목표’에 우주 쓰레기 관리를 추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엔이 2015년 채택한 지속가능 발전 목표는 인간이 지구에서 살아가기 위해 실천해야 할 핵심 목표를 모두 17개 항목으로 정리한 것이다.
지속가능 발전 목표 1조는 ‘빈곤 퇴치’, 2조는 ‘기아 해소’다. 연구진은 우주 쓰레기 문제를 추가해 모두 18조로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14조 ‘바다 생태계 보호’ 항목을 준용해 지구 궤도의 쓰레기를 관리하자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연구진이 이런 목소리를 제기한 가장 큰 이유는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민간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2019년 시작한 ‘스타링크’ 사업 때문이다. 스타링크는 지구 궤도에 기지국 역할을 하는 소형 위성을 다수 띄워 지상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하는 거대 통신망이다.
현재 지구 궤도를 도는 스타링크용 위성은 약 7000기에 이른다. 지구 궤도에 존재하는 전체 인공위성(약 1만2000기)의 약 60%다. 지방의 한적한 국도 같던 지구 궤도가 스타링크 때문에 단 몇 년 사이 북적거리는 서울 한복판 시내도로로 바뀐 셈이다. 스타링크용 위성은 최대 4만2000기가 발사될 예정이어서 지구 궤도는 앞으로 더욱 혼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스타링크용 위성에는 다른 우주 물체가 접근할 때 충돌을 피하는 기능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스타링크용 위성 숫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우주 교통사고를 완벽히 예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과학계에서는 꾸준히 제기된다.
지구 궤도에서 위성끼리 충돌하는 일이 실제 자주 일어나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지상 관측이나 통신 등 위성을 이용한 서비스를 누리기 어렵다. 기술 문명의 중요한 축이 손상되는 것이다. 연구진은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를 수정하는 것이 우리 행성에 나타날 위기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