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매도세, '제 2의' 닷컴 버블 붕괴 없다..."조정일 뿐"

2025-08-22

기술주 거품 논란 속 S&P500지수 1월 이후 '최장' 하락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빅테크 매도세가 계속되면서 S&P 500 지수가 1월 이후 최장기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가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기준으로 S&P500지수는 5일 연속 하락하며 1월 2일 이후 가장 긴 하락을 기록했는데, 시가총액 비중이 큰 빅테크가 흔들린 영향이다.

지난주 인공지능(AI) 주식이 "거품 상태"라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에 더해 기술기업들이 AI를 실제 이익으로 연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연구 결과까지 나오면서 기술주에 대한 불안감은 날로 커지고 있다.

뉴욕증시 상승을 견인해오던 '매그니피센트 세븐(알파벳, 애플, 아마존, 메타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에 더해 브로드컴과 팔란티어까지, 모두 지난주부터 시작된 하락세에서 손실을 봤다.

매그니피센트 세븐 주식 중 다수는 3~4% 빠졌고, 팔란티어는 14% 하락했다. 브로드컴도 7.5%가 내렸으며, 메타는 5% 넘게 하락했다.

하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현재의 매도세가 일시적인 '건강한 조정'에 가깝다는 의견이다.

◆ "필요했던 조정"...'제2의' 닷컴 버블 붕괴는 없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Barron's)는 급격한 기술주 매도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2000년대 초반과 같은 버블 붕괴가 재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전했다.

아메리프라이즈 파이낸셜의 수석 시장전략가 안토니 사글림베네는 이날 노트에서 "최근 기술주와 AI 관련 주식의 하락은 4월 저점 이후 이어진 몇 달 간의 강세 이후 정상적인 섹터 로테이션과 차익실현 성격"이라며 "다음 주 엔비디아 실적 발표를 앞두고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사글림베네는 "성장과 모멘텀 요인이 최근 몇달간 기술주와 미국 증시를 끌어올리는 데 크게 기여했지만, 지금은 건전한 조정 과정을 거치고 있다.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덧붙였다.

S&P500에 속한 기술 대기업들의 향후 5년 수익 전망 역시 여전히 견실한 수준으로, 월가 전망이 맞는다면 메타의 이익은 앞으로 몇 년간 연평균 15% 증가할 전망이다. 브로드컴과 팔란티어의 장기 이익 성장률 전망은 연 20% 이상으로 예측된다.

UBS 투자은행의 션 사이먼즈는 투자자들이 기술 분야의 AI 수혜 기업을 계속 보유해야 한다고 본다. 이들의 실적 '어닝 서프라이즈'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메타의 2분기 이익은 예상치를 21% 웃돌았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이익도 8% 상회했다.

또한 이들의 이익 증가 속도는 시장 전체보다 훨씬 앞섰다. 사이먼즈는 올해 기술주의 이익이 전년 대비 25% 이상 늘어난 반면, 나머지 시장은 약 7% 증가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빅테크 밸류에이션도 그리 지나친 수준은 아니라면서, 지금은 1990년대 후반만큼 과열되지 않았고, 올해 초 고점 대비해서도 많이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일례로 기술주 중심 투자로 주목받아 온 '라운드힐 매그니피센트 세븐 ETF(상장지수펀드)'는 현재 예상이익 대비 31배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선거 직후의 41.5배에서 내려온 것이다. 2000년 초 오라클과 시스코의 예상 P/E 비율은 각각 130배, 150배였다.

물론 지금도 거품이 보이는 종목은 있다. 팔란티어는 예상이익 대비 240배가 넘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고, 크레도 테크놀로지의 P/E 비율은 65배 이상이다. 다만 이런 경우는 예외적이라는 것이다.

데이터트렉 리서치 공동창업자 제시카 레이브는 "새로운 파괴적 기술에 의해 주도되는 강세장은 성장 둔화 우려, 정책 불확실성, 밸류에이션 문제 등으로 도전을 받곤 한다"면서 "현재 투자자들이 바로 그 과제를 헤쳐 나가고 있는 중"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미국 대형 기술주는 여전히 생성형 AI의 수익화 기회를 기반으로 한 장기 강세장의 초기 단계에 있다. 강세장에서 언제나 그렇듯, 되돌림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또 지난 1990년대 후반에는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시스코, 인텔, 델 등 여러 기업이 인터넷 혁명의 수혜자로 거론됐지만, 지금의 AI 승자 범위는 훨씬 좁고 이는 대형 기술주에 유리한 여건이라는 주장도 있다.

기술적으로도 나스닥 주요 모멘텀 종목들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 있어 추가 상승 여력이 있음을 시사한다.

예컨대 엔비디아는 약 175달러로 거래되고 있는데, 이는 200일 이동평균선(약 138달러)보다 3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메타, 테슬라, 그리고 매그니피센트 세븐 대부분이 여전히 200일 이동평균선 위에 있다. 애플만 예외다.

배런스는 기술주가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여전히 큰 변동성을 연출할 수 있으나, 2000년 같은 '기술 대재앙'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썼다.

트루이스트 어드바이저리 서비스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이자 수석 시장 전략가인 키스 러너도 "최근 기술주 조정은 여전히 건전한 장기 추세 속에서 필요한 '리셋'이다"라면서 "지켜봐야 할 주요 위험은 실적 모멘텀의 약화지만, 현재까지 이익 추세는 강하다"고 말했다.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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