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인코리아닷컴 김민석 기자] 미국 유통기업들이 아시아 소싱 수요를 중국에서 한국, 동남아시아로 전환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KOTRA 워싱턴DC무역관에 따르면 최근 중국 내 임금 상승, 공급망 실사·ESG 규제 강화, FTA 원산지 요건 충족 필요성 등 복합 요인이 맞물리면서, 중국 의존적 소싱(Sourcing) 구조의 비용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 2기 들어 상호관세와 대 중국 고율관세 부과가 본격화되면서, 미국 유통기업들은 기존 전략의 근본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베트남, 말레이시아, 태국 등 동남아시아 국가가 대체 조달지로 부상하고 있으며, 대형 유통망들은 현지 소싱 오피스 신설, 물류체계 보강, 투자 인센티브 활용 등을 통해 공급망 다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미국 구매 전문 플랫폼(Procurement.com)과 KOTRA 시카고 무역관에 따르면 월마트는 베트남에서 아시아 구매를 확대하면서 베트남발 풀컨테이너(FCL) 직송 루트(호치민, 하이퐁 → 로스앤젤레스, 댈러스, 포트워스 등)를 구축해 리드타임과 운송비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베트남산 제품에 적용되는 낮은 관세 구간(약 20%)을 활용해 총비용을 절감한다. 홈디포 역시 2019년 베트남에 소싱 오피스를 개설하며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기관 맥킨지(McKinsey)가 2025년 8월 발표한 ‘The Great Trade Rearrangement’ 보고서는 무역재배열 비율(Rearrangement Ratio, RR) 개념을 도입해, 특정 국가에서의 수입이 중단될 경우 이를 다른 국가로 전환하는 난이도를 정량적으로 평가했다. RR은 ‘미국의 대 중국 수입 규모’를 분모로, ‘중국을 제외한 세계의 가용 수출 물량’을 분자로 산출하는 지표로, 수치가 0에 가까울수록 대체가 용이하고 1을 상회할 경우 단기적 전환이 사실상 불가능함을 의미한다.
화장품이 속한 화학 품목(Chemicals)도 RR이 0.1 수준으로 낮은 편이라 상대적으로 기존 중국산을 미국 수입시장에서 대체하기 용이한 분야이다. 예를 들어 최근 종합대형 유통망의 미국 본사와 연락한 KOTRA 미국무역관은 아시아 제품 소싱 담당은 베트남 오피스라고 밝혔고, 베트남 오피스에 연락한 결과 한국으로부터 화장품 제품 구매에 관심을 보인 상황이다.
다만, RR 수치가 낮다고 해서 반드시 공급선 전환이 용이한 것은 아니다. 이는 미국 바이어들이 중국산 제품을 대체하기 위해 세계 수출시장의 최대 10%를 신규로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실행에는 ▲ 공급업체 발굴 ▲ 품질 및 납기 검증 ▲ 샘플 테스트 ▲ 계약 협상 등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 따라서 기업 차원에서의 단기적 조달 전환은 상당한 고정비용과 불확실성을 수반하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임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미국 글로벌유통기업들이 중국 중심 소싱을 벗어나 동남아시아 국가로 구매처를 다각화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우리나라 진출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고, 동남아시아의 성장하는 내수시장 공략을 위한 생산기지로 진출한 측면이 크다.
중국 소싱이 감소하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금을 바탕으로 한국의 기술력을 보유한 동남아시아 진출 한국기업들도 미국으로의 수출 기회가 동시에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또 한국 소재 우리 기업들도 우수한 기술력 등을 바탕으로 미국시장에 진입할 기회가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중서부 현지 진출기업에서 20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 A씨에 따르면 “미국 내 생산 가능한 제품은 다른 국가로 수입대체가 가능하더라도 수입선 전환보다 미국 내 생산제품으로 대체하려고 할 것”이라고 밝히며, “상하이 등에 소재한 글로벌기업의 아시아 구매본부에서 수요가 발굴되면 동남아 소재 현지 진출기업의 공급가능 품목 매칭 필요함과 동시에 동남아 진출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원자재는 상당 부분 중국이 동남아에 수출하고 있으므로 해당 품목의 원산지 여부 등을 체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국 기업들로서는 ➊ 기존의 한국발 수출 ➋ 세계각지 미국기업 구매담당자의 아시아 구매수요발굴에 대응, 현지 진출한 한국기업 공장으로부터의 미국 수출지원 등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무역관은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