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소한 목소리는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요”
최근 기자와 만난 집단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열요금 인하 정책을 두고 이같이 하소연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4일 관련 고시를 개정하기 위한 규제개혁위원회를 열면서도 정작 단가 인하를 감당해야 하는 민간기업은 부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역 난방’이라는 이름으로 더 익숙한 집단에너지사업자들은 열 요금을 마음대로 설정할 수 없다. 기본적으로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지역난방공사와 같은 요금을 징수하되 각 업체가 자신의 원가가 한난보다 높다는 점을 증명하면 최대 110%까지 받을 수 있도록 돼있다.
최근 정부는 이 요금 범위를 95~110%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부 사업자의 요금을 한난보다 낮춰 지역 주민들의 공과금 부담을 덜겠다는 구상이다.
집단에너지사업계는 이같이 하면 각고의 노력으로 원가를 절감한 기업들이 오히려 손해라며 반발하고 있다. 원가 증빙 과정에서 계약상 비밀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더 큰 문제는 산업부가 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 변경을 추진하면서도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듣는데 소홀하다는 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가 규제개혁위에 부른 기업은 한난과 삼천리 두 곳 뿐이다. 삼천리는 2023년 기준 열요금이 한난의 109.35%이어서 이번 열요금 조정의 여파에서 벗어나 있다. 총 33개 사업자 중 피해를 입는 업체가 18곳이나 되는데 이들이 아닌 엉뚱한 기업을 부른 셈이다. 그러면서 산업부는 정부 측 참고인으로 난방비 인하로 혜택을 누리는 일부 경기도 시·군 공무원을 소환했다. 요금 절감의 문제점은 가리고 장점은 부각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행정규제기본법은 행정부가 규제를 강화·신설할 때 이해관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충분히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규제개혁위를 운영한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의견 수렴을 위한 자리에 당사자를 배제해서야 되겠느냐”며 “정부가 충분한 명분을 갖고 있다면 당사자가 모두 모은 뒤 논리적으로 설명하면 될 일”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