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는 26일 인천에서 롯데에 2-3으로 패했다. 연장 접전 끝에 1점 차로 졌고, 개막 2연승도 끊겼다. 아쉬움은 당연히 남지만, 그보다 더 값진 수확이 있었다. 1년 6개월 만에 선발로 돌아온 문승원(36)이 6이닝 2실점 호투로 기분 좋게 시즌을 출발했다는 것이다.
문승원은 이날 6회까지 공 78개만 던졌다. 시즌 첫 등판이라 빠르게 내려왔지만, 투구 수만 따지면 충분히 더 던질 수도 있었다. 그만큼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 빠른공 최고 구속이 147㎞가 나왔고,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구도 고루 구사했다.
문승원의 마지막 선발 등판은 2023년 10월14일 삼성전이다. 지난 시즌은 불펜으로만 뛰었다. 62경기에 등판해 6승 1패 6홀드 20세이브에 평균자책점 4.50으로 준수한 활약을 했다. 그러나 이번 시즌 팀 사정에 따라 다시 선발로 돌아왔다. 좌완 선발 오원석이 트레이드로 팀을 떠나면서 헐거워진 선발진을 보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새로 합류한 경헌호 투수코치가 문승원의 선발 복귀를 건의했고, 이숭용 감독도 진작부터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이 감독은 문승원을 4선발로 낙점했다.
시범경기 문승원의 투구는 썩 좋지 않았다. 2경기 5.1이닝 6실점(3자책)을 했다. 시즌 개막 전 마지막 실전 점검을 위해 등판한 지난 20일 퓨처스 경기에서도 홈런 2개를 내주며 3.1이닝 4실점을 했다.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혼란이 있었다. 올해로 프로 14년 차, 선발 경험도 풍부한 문승원이지만 1년 6개월 만의 선발 복귀는 그리 간단한 게 아니었다. 경헌호 코치는 “불펜 투수는 강한 공을 던지는 게 우선이지만, 선발은 강약 조절에 체력 관리까지 해야 한다. 문승원도 시범경기 때 강약조절을 계속 신경 쓰다 보니 1~2회 공 개수가 늘고, 투구 폼이 흔들리면서 구위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경 코치와 문승원이 계속 대화하며 보완하려 한 것도 그런 부분이었다.
정규시즌 문승원에게 시범경기 혼란상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1회 다소 많은 18구를 던졌지만, 2회 공 11개로 이닝을 처리하며 만회했다. 6회에 이날 최고 구속인 147㎞를 던졌다.

이번 시즌 SSG의 최대 약점은 선발진이다. 타선은 세대교체 속에서도 안정된 전력을 갖췄다. 타자 친화적인 랜더스필드를 홈으로 쓰는 만큼 득점력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불펜 역시 마무리 2년 차 조병현을 중심으로 노경은, 한두솔, 김민 등 필승조 전력이 다른 팀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 결국 선발진이 얼마나 버텨주느냐에 따라 SSG의 성적 전체가 갈릴 것이라는 평가다.
드류 앤더슨과 미치 화이트, 그리고 김광현까지 1~3선발은 일단 믿고 맡겨야 하는 투수들이다. 그 이후가 문제다. 4선발 문승원이 시즌 첫 등판처럼 꾸준하게 활약해 준다면 SSG 선발진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