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가슴 한편에 꿈을 가지고 산다. 하지만 쉽게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 현실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치과의사들이 무대 위에서 연기해 눈길을 끈다.
치과의사 연극 동호회 덴탈씨어터가 지난 10월 31일부터 11월 3일까지 대학로 스튜디오 블루에서 ‘제24회 정기공연’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500여 명의 관객이 찾은 이번 공연에서 덴탈씨어터는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영국의 극작가 로버트 볼트의 ‘꽃피는 체리’를 선보였다.
영국판 세일즈맨의 죽음으로 불리는 ‘꽃피는 체리’는 회사원의 좌절과 전원생활의 거짓된 환상을 다룬 극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인공 ‘짐 체리’는 회사에서 상사와 마찰을 겪고 덜컥 사표를 낸 후 자신이 평생 꿈꿔왔던 과수원을 차리고자 다시금 꿈을 꾼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고뇌에 빠져들고, 결국 도피하듯 점점 더 과수원에 집착하게 된다.
짐 체리는 과거 아버지의 농장에서 일했던 제씨 비숍이라는 인물에 자신을 투영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지병이 도져 삶을 마감하고 만다.
관객은 늘 술에 취해 꿈과 현실을 혼동하는 짐 체리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혀를 차기도 웃음을 짓기도 하지만 결국 그가 죽음에 이르는 대목에서 우리네 삶을 체감하며 깊은 침묵에 잠기게 된다.
극을 관람한 A 원장은 “배우들이 긴 호흡으로 대사를 뱉을 때마다 각 캐릭터에 깊이 빠져들었던 것 같다. 위트도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다시 현실의 무게를 느낄 수 있었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이번 연극은 연출에 최종률, 기획에 박승구·송재경·차가현이 참여했으며 이석우·박혜란·김형순·장영주·이용균·박영현·백종민 배우가 무대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