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5단지 재건축 사업이 시공사 재선정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당초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현대엔지니어링(이하 현엔)은 사업 참여를 철회하는 쪽으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화 건설부문도 이번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일부 조건 조정 시 재참여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상계주공5단지는 기존 시공사였던 GS건설과 계약을 해지한 뒤 현엔과 한화 건설부문을 중심으로 새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했다. 양사는 각각 공사비 수준을 논의하며 조합과 협의를 이어갔지만, 이번 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현엔은 최근 내부 투자심의 과정에서 사업 참여를 포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주택 부문 실적 악화, 잇단 사고 발생, 상장 무산 이후 경영 전략 변화 등이 철수 배경으로 지목된다.
한화 건설부문은 이번 차수에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조합이 사업 조건을 조정할 경우 참여 여부를 다시 검토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현재까지는 내부적으로 지속적인 검토를 이어가는 상황이다.
한화 건설부문 홍보팀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번 2차 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았으나, 추후 사업 조건이 조정된다면 내부 검토를 거쳐 참여 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상계주공5단지는 1회 입찰 유찰을 기록한 상태로, 추가 입찰에서도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 전환 요건을 갖추게 된다. 고분양가 규제, 조합원 분담금 증가,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 등 복합적인 요인이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 비슷하지만 달랐던 한남2구역 사례
비슷한 상황을 겪은 다른 사례로,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이 있다.
한남2구역은 2022년 11월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며, 당시 '118 프로젝트'라 불리는 고도 제한 완화, 관통도로 폐지, 고급화 설계 등의 파격적 공약을 제시해 조합원들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서울시 정책과 충돌하면서 핵심 공약 이행이 지연됐고, 이에 따라 조합 내부 갈등이 표면화됐다.
결국 2023년과 2025년 두 차례에 걸쳐 시공사 재신임 총회가 열렸고, 대우건설은 각각 56%, 51%의 찬성률로 간신히 재신임에 성공했다. 특히 2025년 재신임에서는 반대표가 크게 늘어 조합 내부 분열이 심화됐지만, 시공사와 조합은 사업을 끝까지 이어가기로 선택했다.
◇상계5단지 vs 한남2구역, 핵심 차이
상계주공5단지는 시공사 해지 이후 새 시공사를 선정해야 하는 상황이며, 한남2구역은 기존 시공사인 대우건설과의 계약을 유지한 채 재신임 절차를 거쳐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또 상계주공5단지는 현엔 철수와 한화 건설부문의 조건부 검토 입장으로 시공사 확보에 차질이 빚어졌지만, 한남2구역은 대우건설을 확정한 뒤 두 차례 재신임을 통해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조합 대응에서도 명확한 차이를 보였다. 상계주공5단지는 시공사와의 신뢰 붕괴와 소송전으로 협상력이 약화된 반면, 한남2구역은 갈등에도 불구하고 시공사와 조합 모두 사업 지속을 우선시했다.
입지적 여건에서는 더 두드러진 차이가 있다. 상계주공5단지는 경기 북부권으로 분양가 규제 등 시장 제약이 강하게 작용하는 데 비해, 한남2구역은 용산권에 위치해 프리미엄 입지에 따른 수요와 분양가 기대치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사업 추진 동력 역시 대조적이다. 상계주공5단지는 시공사 재유치가 불가피한 상황인 반면, 한남2구역은 일정 지연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상계5단지, 어디로?
현재 상계주공5단지는 1회 입찰 유찰 상태로, 추가 입찰에서도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 전환 요건을 충족하게 된다.
앞으로 조합은 조건을 일부 조정해 3차 입찰을 재공고하거나, 기존 관심을 보였던 건설사들과 수의계약 협상을 추진하는 방안을 놓고 선택해야 한다. 특히 한화 건설부문이 조건 변경 시 참여 여부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인 만큼, 수의계약 협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결국 상계주공5단지는 수의계약 또는 조건 조정 후 재입찰을 통해 시공사를 조속히 확정짓고, 사업 지연과 조합원 분담금 증가를 최소화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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