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예상 외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콘클라베>에서 개인적으로 눈길을 끌었던 장면은 초반부에 나온다. 추기경들의 식사를 비롯해 합숙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을 그림자처럼 돕는 수녀들의 ‘노동’. 그중에서도 식사를 준비하는 부분이다. 수녀들이 직접 빚었을, 만두처럼 생긴 무언가가 스크린 한가득 펼쳐져 있다. 보는 것만으로도 허리와 어깨가 아파져 올 만큼 압도적인 양이다. 콘클라베를 위해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추기경이 100명이 넘으니 1명이 10개씩만 먹는다고 해도 1000개는 족히 빚어야 했을 그 ‘만두’는 이탈리아 파스타의 한 종류인 ‘토르텔리니’이다.


이탈리아식 만두 하면 라비올리를 떠올리기 쉽다. 만두 형태를 한 이탈리아 파스타로는 라비올리와 토르텔리니가 있다. 둘은 겉모양이 다르다. 라비올리는 한 장의 피에 속 재료를 올린 뒤 다시 한 장을 덮어 맞물려준다. 토르텔리니는 흔히 우리가 명절날 둥글게 빚는 손만두와 비슷한데 크기는 훨씬 작다. 영화 화면으로 가늠했을 때 우리가 주로 먹는 물만두 사이즈 보다 더 작을지도 모르겠다. 토르텔리니는 한 장의 피에 소를 채워 삼각형으로 접은 뒤 양 끝을 동그랗게 모아서 만든다. 작다 보니 손으로 만드는 작업도 훨씬 성가시고 번거로움이 클 가능성이 크다. 숟가락질 한 번에 몇 개씩 없어질 토르텔리니를 굳이 선택한 것은 수녀들이 감내해야 할 중노동을 표현하는 장치 아니었을까 싶다.
이 파스타는 소스와 버무려 먹는 다른 파스타와 달리 주로 만둣국 형태로 요리한다. 이름은 ‘토르텔리니 인 브로도’(Tortellini in brodo)다. ‘브로도’가 국물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이므로 국물 속의 토르텔리니 쯤 되겠다. <콘클라베>에서도 추기경들은 ‘토르텔리니 인 브로도’를 먹었다. 이 요리는 볼로냐, 파르마가 있는 이탈리아 북부 에밀리아 로마냐 지역의 대표 음식이다. 토르텔리니 속에 들어가는 재료 역시 이 지역 특산물인 모르타델라(볼로냐식 소시지), 프로슈토(생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를 주로 사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