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폭발"… ‘위험천만한 연구실’ 한해 사고만 300여건

2025-08-13

서울대 리튬 배터리 화재로

안전관리 문제 다시 도마 위

사고원인 79% 연구원 부주의

“관련 교육 듣지만 실천 어려워”

현실적 규정준수 어려움 토로도

안전관리비 별도 예산규정 없어

연구비 줄여 투입…“개선책 시급”

12일 서울대에서 리튬배터리 화재로 40명이 대피하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최근 5년간 이 같은 연구실 사고가 한해 평균 300건 이상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위험 연구 증가로 사고가 좀체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지만 안전관리 투자는 여전히 부족한 수준에 머물러 있어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발생한 연구실 사고는 총 1550건으로 집계됐다. 연 평균 310여건 사고가 계속 발생하는 셈이다. 특히 이들 연구실 사고 중 60% 가까이가 전날 서울대 사고처럼 대학(903건)에서 일어난 사례였다.

서울대 사고의 경우 실습실에서 자율주행 RC카 대회 준비용 16V(볼트)급 리튬이온배터리(8000mAh) 충전 중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학내에서부터 연구실 안전관리 실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대 자연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김모씨는 “화학품의 경우 물질 안전 데이터 시트(MSDS)를 확인하고 실험을 진행하는 게 원칙인데, 수천가지 시약품을 일일히 확인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안전 교육은 듣지만 제대로 실천하느냐는 다른 문제의 이야기”라고 말했다.

서울 한 연구기관에서 근무하는 20대 강모씨도 “경미한 화상·베임, 휘발성 용매로 인한 어지러움 등은 빈번하다”며 “연구실마다 안전규정 준수에 편차가 크고, 현실적으로 모든 규정을 매 순간 100% 준수하기는 어렵다”고 토로했다. 실제 과기부가 지난해 연구실 사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 ‘불안전한 행동’ 38.9%, ‘보호구 오용·미사용’ 16.2%, ‘경험·훈련 미숙’ 10.8%, ‘유해·위험물 취급 부주의’ 7.6%, ‘안전수칙 미정비·미준수’ 3.5% 등 사고 10건 중 약 8건(79.3%)이 ‘인적 요인’에 따른 사고였다.

당국은 사고사례 전파·대응체계 구축 등 대책을 계속 추진 중이지만 학계에서는 ‘안전관리 투자’가 연구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해소부터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안전관리비는 별도 예산이 아닌 간접비 내에서 인건비의 1∼2% 규모로 사용하도록 돼 있어 현실적으로 고가의 안전장비 구입이 어렵단 것이다.

김성재 서울대 교수(전기정보공학부)는 “연구비 1억원 당 안전관리비로는 30만∼60만원 정도밖에 사용할 수 없다”며 “적극적인 안전장비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공고한 ‘2025년도 국가전략기준물질개발사업’에서도 2억9000만원~4억6000만원 규모 과제에 대해 “간접비 내에 인건비 합계의 1%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을 연구실 안전관리비로 책정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같은 1% 수준의 예산으로는 제대로 된 안전장비를 갖추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서울대 배터리 화재 같은 경우도 리튬배터리는 일반 소화기로는 진화가 어려워 D급 소화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한 대당 최소 50만원이다.

김 교수는 “연구비 사용 규정이 인공지능(AI), 배터리 등 최신 연구 트렌드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안전관리비를 별도 예산으로 배정하고, 연구 트렌드에 맞는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예림·소진영·윤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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