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대 없던 총회가 오히려 모든 걸 보여줬다.”
파라과이 아순시온에서 열린 제75차 국제축구연맹(FIFA) 총회는 당초 단조로운 일정으로 별다른 관심을 끌지 못할 것으로 예상됐다. 디애슬레틱은 19일 “그런데 불과 며칠 만에 FIFA 집행위원회 내부 갈등, 개최국 불만, 월드컵 확대론 등 크고 작은 파열음이 잇따르며 조직 내 균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전했다.
논란의 시작은 FIFA 회장 지아니 인판티노의 동선에서 비롯됐다. 그는 당초 현지 회의 참석을 예정했으나, 돌연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사우디아라비아 및 카타르를 방문하며 회의를 화상으로 대체했다. 이후 전용기 이동 지연으로 총회 개회가 세 시간 연기되자, 유럽축구연맹(UEFA) 소속 이사 8명은 집단 퇴장했다. UEFA는 성명을 통해 “사적인 정치적 이익을 위한 시간 변경”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콘카카프 회장이자 FIFA 부회장인 빅터 몬타글리아니는 “두 가지 잘못이 올바름을 만들지 않는다”며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FIFA는 올해 여름 미국 11개 도시에서 열리는 새로운 포맷의 클럽 월드컵(32개 팀 참가) 흥행을 위해 막대한 상금(총 10억 달러)을 제시했지만, 현지 팬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티켓 판매가 부진하자 FIFA는 티켓 가격을 또다시 인하하고, 일부 경기는 30달러 미만까지 떨어진 상태다.주요 경기조차 최저가가 30달러 안팎이며, 울산 HD와 마멜로디 선다운스 경기는 28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FIFA는 ‘변동 요금제’를 도입해 수요에 따라 가격을 조정하고 있으나, 실질적으론 관중 동원 실패를 인정한 셈”이라고 전했다. 결승전 일반석 최저가는 538달러지만 여전히 수천 석이 남아 있다. FIFA는 일부 클럽 팬들에게는 가격 하락에 따른 환불 또는 보상 가능성도 검토 중이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을 공동 주최하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중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번 주 카타르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인판티노는 트럼프, 카타르 국왕과 함께 국가 만찬 및 ‘비공식 상징적 공 전달식’에 참석했으나, 공동개최국 대표는 한 명도 초청되지 않았다. 인판티노는 트럼프와의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디애슬레틱은 “과거 트럼프가 멕시코만을 ‘아메리카만’으로 바꾸자는 발언을 할 때, 인판티노는 함께 웃는 모습으로 서 있었다”며 “최근에는 트럼프의 이민정책 발언과 FIFA 월드컵 준비를 동시에 지지하는 듯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FIFA의 대륙 순환 규칙에 따라, 2038년 남자 월드컵은 북중미(CONCACAF) 또는 오세아니아(OFC) 지역이 개최 자격을 갖는다. 이에 뉴질랜드가 미국 등 태평양 연안 국가와의 공동 유치 구상을 공식화했다. 뉴질랜드축구협회 CEO 앤드루 프래그넬은 “단독 개최는 불가능하지만, 조별리그 일부와 16강 정도는 가능하다”며 “아시아와의 연결보다는 미주와의 협력이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하와이, 피지 등 태평양 섬 국가들의 소규모 경기장 활용도 논의되고 있다. 2030년 대회가 3개 대륙에 걸쳐 개최되는 전례를 고려할 때, 지리적 연결성을 초월한 ‘분산형 개최’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뉴질랜드는 보고 있다.
2026년부터 남자 월드컵은 48개국으로 확대되며, 2030년 대회는 파라과이·우루과이·아르헨티나(남미), 모로코(아프리카), 스페인·포르투갈(유럽) 등 역대 가장 복잡한 다대륙 개최가 예정돼 있다. 최근 인판티노는 64개국 확대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48개국 체제도 아직 시행되지 않았는데 64개국 확대는 시기상조라는 반대 입장도 많다. 디애슬레틱은 “이번 총회는 FIFA 내부 의사결정 과정의 불투명성, 주요 대륙 간 온도차, 상업 논리 우선의 행보가 복합적으로 드러난 자리”라며 “월드컵의 상징성과 공정성은 여전히 FIFA 수뇌부의 전략 속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있는 듯하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