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통과한 '대체조제 사후통보법'...의사·약사 찬반 교차

2025-08-27

의협, 의약분업 붕괴·환자 안전 등 이유로 반대

약사측 "의약품 수급 불안정 따른 대응책 일환"

OECD평균 보다 의약품 47% 비싼 문제 풀리나

[서울=뉴스핌] 조준경 기자 = '대체조제 사후통보 지원을 위한 정보시스템 운영 관련 약사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이 27일 오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통과된 가운데, 의사와 약사 직역 간의 찬반이 교차하고 있다.

대체조제는 동일 성분의 의약품을 약사가 의사 처방과 달리 조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더불어민주당 서영석·이수진·민병덕 의원 발의)은 약사의 '대체조제 사후통보' 방식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업무포털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정보시스템 구축·운영을 위해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기로 했다.

윤영미 보건의료정책연대 공동대표(전 대한약사회 정책·홍보수석)는 이날 뉴스핌과의 통화에서 "현장의 요구와 어려움에 대해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내어준 것"이라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에 대해 의사 직역에서는 ▲의약분업 붕괴 ▲의사 처방권 무력화 ▲환자 건강 침해 등을 이유로 반대해왔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일 성명을 통해 "개정안은 환자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할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특히 동일 성분 의약품이라 하더라도 제형, 흡수율, 방출 속도 등에 차이가 있어 환자에게 미치는 치료 효과와 부작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환자를 가까이서 관찰하는 임상 의사의 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만성질환자, 고령자, 다약제 복용 환자의 경우 약제 변경으로 인한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는 문제를 외면하고 약사 편의만 강화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한내과의사회도 26일 성명을 통해 "성분명 처방과 같은 중대한 정책 변화는 전문가 집단과의 충분한 협의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논의돼야 한다"면서 "국민의 건강권과 안전한 약물 치료 환경이 최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며, 실효성 있는 약가제도 개선과 유통구조 개편은 다자 협의체를 통해 합리적이고 균형 있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약사 직역과 국민건강보험공단(공단) 등 법안 찬성 측에선 ▲의약품 수급 불안정 해소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 ▲국민 건강권 보호를 위해 대체조제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공단에서 수행한 '대체조제 현황분석 및 정책제언' 연구에 따르면, 2013년 건강보험 원외처방조제 자료 분석 결과, 모든 처방의약품을 저가약으로 대체조제 할 경우, 절감 가능한 건강보험 재정 추정액은 1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분석된 바 있다.

지난 2021년 보건경제정책학회의 분석(제네릭 의약품의 국가간 약가비교)에 비춰봐도, 우리나라 제네릭(복제약) 가격이 주요 선진국보다 41~54%이상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31일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OECD회원국 국민 1인당 의약품 비용을 살펴본 결과, OECD평균은 658.1달러인 반면, 한국 의약품비는 47% 높은 968.9달러로 나타났다.

공단 노조 지난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현행 의사의 약 처방을 '성분명 처방'의 반대 의미로 '상품명 처방'이라고 정의하며 "지난 2000년 의약분업 도입 당시부터 고착화돼 불법적 의약품 리베이트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따르면 '불법 리베이트 및 공직자 부패비리 특별단속(2024년 9월~2025년 3월)'을 통해 의료·의약분야 597명이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적발된 바 있다.

윤 공동대표는 "의사 직역 입장에 말하는 제네릭 간의 동등성 문제는 식약처에서 시행하는 부분이고, 국가기관의 시험에 대한 반대라고 본다"면서 "(대체조제는)의사 처방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라 약사들의 조제권에 있어서 최대한 환자들의 편의를 보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calebcao@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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