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계를 좋아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시계 브랜드 ‘오메가(Omega)’.
오메가를 대표하는 라인이자, 한 때 폐업 직전까지 몰렸던 오메가를 구원한 시계이면서, 시계 애호가 사이에서 이상할 정도로 인기가 없는 모델을 꼽자면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이다.
이름부터 별자리(컨스텔레이션)라는 의미인 이 모델은 아폴로 11호를 타고 달에 갔다온 ‘스피드마스터(Speedmaster)’,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제임스 본드가 착용한 ‘씨마스터(Seamaster)’와 함께 오메가의 대표적인 시계다.
사실상 오늘날 오메가를 만든 모델이지만, 컨스텔레이션은 ‘문워치’로 대표되는 스피드마스터와 씨마스터에 비해 인기가 떨어지고 있으며, 예물시계로 이름값을 겨우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역사로나 디자인으로나 빠질 것 없는 오메가 컨스텔레이션이 상대적으로 외면 받는 ‘아픈 손가락’인 이유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기술력의 상징이자 선망의 대상이었던 ‘오메가 컨스텔레이션’
오메가 컨스텔레이션 시계는 1952년에 처음 공개됐다. 컨스텔레이션 모델이 처음 공개됐을 당시 시계 업계에 큰 충격을 줬다. 시계의 얼굴에 해당하는 다이얼(Dial) 내부의 12각형 디자인도 독특했지만, 무엇보다 대중적인 ‘크로노미터(Chronometer)’ 시대를 열었다는 점이었다.
크로노미터란 항해하는 선박에서 주로 사용되는 정밀시계를 의미한다. 배터리가 들어가는 쿼츠(Quartz) 시계와 디지털 시계, 스마트 시계가 보편화된 오늘날과 달리 1950년대 시계는 하루에도 몇 분씩 오차가 발생할 정도로 정밀성이 많이 떨어졌다.
하지만 항해하는 선박에서 오차는 자칫 목숨과도 직결됐기 때문에 크로노미터 인증이라는 제도를 만들어 시계의 정확성을 평가했다. 즉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은 시계는 오차가 거의 없는 정확함을 자랑했고, 시계 브랜드의 기술력의 상징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손목시계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기 어려웠다. 크로노미터 인증 대부분은 회중시계의 몫이었고, 이 때문에 열차 기관사나 선장들이 회중시계를 선호하는 이유였다.
오메가 컨스텔레이션 대량 생산되는 시계 중 처음으로 크로노미터 인증을 받으면서 큰 인기를 끌게 됐다. 또 컨스텔레이션 모델은 제네바 천문대에서 8개 분야에 대한 정확성 기준을 통과했고, 이를 기념하고자 출시 이후 지금까지 시계 뒷면에는 제네바 천문대와 8개의 별 모양이 양각돼 있다.

또한 다이얼 가운데 박힌 별 장식은 컨스텔레이션의 상징이다. 다른 시계와 달리 햇빛을 받으면 시계 정중앙이 아닌 별 장식을 기준으로 빛이 갈라지면서, 마치 별이 빛나는 듯한 착각을 준다.

◆오메가를 살린 컨스텔레이션과 잘못된 ‘혁신’
오메가 컨스텔레이션 시계 인기는 과거 기록을 보면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미국의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도 이 컨스텔레이션 모델을 애용했고, 19730년대에 제작된 영화 <대부 시리즈>에서도 주인공을 연기한 알 파치노가 컨스텔레이션 모델을 착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그 시대를 살아온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에 있어 오메가 컨스텔레이션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특히 역사상 가장 저명한 시계 디자이너이자 오늘날에도 인기있는 오데마피게(Audemars Piguet)의 ‘로얄오크’ 모델, IWC의 ‘인제니어’ 모델을 디자인한 제랄드 젠타(1931∼2011)가 컨스텔레이션 시계 디자인에 참여하면서 명성을 더했다.

이 같은 명성이 합쳐지면서 오메가 컨스텔레이션 시계는 한 때 롤렉스(Rolex)의 아성에 범접할 정도였다. 오죽했으면 북한의 김일성 조차 측근에게 자기 이름이 새겨진 컨스텔레이션 시계를 포상으로 줬을 정도였다. 이른바 ‘김일성 시계’로 알려진 이 시계는 놀랍게도 북한이 요청해 오메가에서 특별 제작한 시계로, 괴랄한 취향을 가진 전 세계 시계 애호가들의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
잘 나갔던 오메가와 컨스텔레이션도 1970년대 쿼츠 시계가 도래하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일본 세이코(Seiko)에서 개발한 배터리로 작동되는 쿼츠 시계는 정확성, 제작단가, 무게 등에서 완벽히 기계식 시계를 압도하면서 상당수의 스위스 시계 브랜드들이 한순간에 폐업했다. 바로 쿼츠 파동이다.

오메가 역시 벼랑 끝까지 몰리면서 절박한 마음에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게 된다. 바로 가장 잘나갔던 모델인 컨스텔레이션을 쿼츠로 혁신(?)을 도모하는 것이었다.
오메가는 쿼츠 파동에 대응한다며 컨스텔레이션의 디자인과 기능을 파격적으로 변신시켰는데, 오히려 시계를 선호하는 애호가들 사이에서 외면 받는 결과를 낳게 됐다. 기존의 컨스텔레이션 모델이 가지고 있는 고급스러움은 없는데다가, 젠타의 디자인 등이 모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타게팅(targeting) 실패다.
그럼에도 명품 브랜드에 입문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메가 컨스텔레이션은 비교적 ‘만만한(?)’ 가격대의 시계였고, 이 때문에 쿼츠 파동으로부터 오메가를 구원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풍파를 겪은 오메가의 컨스텔레이션은 2000년대 들어 시계 애호가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면서 오메가를 대표하는 라인에서 차츰 밀려나게 됐다. 물론 컨스텔레이션 모델은 오메가를 처음 접하거나, 결혼 예물시계를 찾는 사람들에게 꾸준히 선호되곤 한다. 또 중국에서는 ‘별(공산당을 상징)’이 주는 상징성 때문에 수요가 강한 편이다.
그럼에도 2차 거래 시장에서 가장 많이 감가상각 당하는 모델이 오메가 컨스텔레이션이기도 하다. 또한 개성이 강한 다른 모델에 비해 어딘지 심심해보이는 디자인과 드레스워치(정장 시계) 치고는 다소 두꺼운 두께 때문에 아쉬운 점도 분명하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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