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불회(靑佛會)는 1996년 김영삼(YS)정부 시절 생겨난 청와대 불자회의 준말이다. 불교를 믿는 청와대 근무자들 모임이란 뜻이다. 우리 헌법은 ‘국교는 인정되지 않으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제20조 제2항)는 엄격한 규정을 두고 있다. 자연히 공직자들은 자신의 종교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길 꺼리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청불회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YS 정권을 둘러싼 ‘특정 종교 편향’ 논란 때문이다. 개신교 교회 장로인 YS의 대통령 당선 후 불교계가 소외감을 토로하자 청와대 내 불자들이 “우리가 불교계와 소통에 앞장섬으로써 종교 편향 논란을 잠재우자”며 청불회를 결성한 것이다. 당시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이던 박세일(2017년 별세) 전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이 초대 청불회장을 지냈다.

YS정부가 끝난 뒤에도 청불회의 명맥은 유지됐다. 청불회장은 청와대 수석비서관(차관급) 또는 그와 동급의 인사들 중 불자가 맡는 것이 일종의 관행으로 자리를 잡았다. 노무현정부 청와대의 경우 영부인 권양숙 여사가 아주 독실한 불교 신자였다. 꼭 그래서인 것은 아니겠으나 수석비서관보다 높은 장관급 공직자 가운데 청불회장이 배출됐다.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내고 청와대 정책실장(2006년 7월∼2007년 9월)으로 일한 변양균 전 대통령실 경제고문이 주인공이다. 문재인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수석급 인사들 사이에 불자가 한 명도 없어 결국 아무 종교도 믿지 않는 무교(無敎) 인사가 청불회장 자리에 앉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2022년 5월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를 청와대에서 서울 용산 일대로 옮겼다. 그와 동시에 모두에게 익숙한 ‘청와대’ 용어가 사라지고 ‘대통령실’이라는 문구가 이를 대체했다. 자연히 청불회도 ‘대통령실 불자회’, 줄여서 대불회(大佛會)로 거듭났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대불회장을 맡았는데, 마침 그는 YS정부 청와대에서 민정수석실 행정관으로 근무한 인연이 있다. 이 수석은 대불회장 취임 직후 조계사를 찾은 자리에서 “청불회의 시작과 대불회의 시작을 함께하는 사람으로 이 자리에 서는 것 같아 무한한 영광”이란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부처님의 가르침을 어기고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 대통령은 취임 후 3년도 안 돼 파면을 당하고 말았다.

이재명정부 들어 5개월 만에 대불회가 새롭게 진용을 갖췄다.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장관급)은 12일 대한불교 조계종 진우 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그가 대불회를 이끌게 된 사실을 소개했다. 다만 대통령실이 용산을 떠나 청와대로 복귀하는 점을 들어 단체 명칭이 대불회에서 기존 청불회로 환원할 계획임을 알렸다. 불교신문 보도에 따르면 수석비서관급 인사들을 대신해 비서실장이 직접 청불회장을 맡는 배경에 대해 강 실장은 “불교계와 대통령실이 더 가까워지는데 비서실장이 제일 좋겠다는 내부 의견이 있어 제가 그 역할을 자임한 것”이라고 밝혔다. 강 실장은 물론 이재명 대통령도 “국민이 화합의 길로 갈 수 있도록 큰 틀에서 정치를 해 달라”는 진우 스님의 당부를 반드시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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