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건강나이 양극화

2025-01-05

“건강은 두려움에 대항해 싸울 수 있는 힘을 주고, 어떤 확증이나 보수 없이도 모험을 걸 수 있게 한다.” 미국 교육학자 레오 버스카글리아는 건강의 소중함을 이렇게 설파했다. 건강은 고난을 극복하고 목표에 도전할 용기와 자신감을 주는 최고의 재산이라는 뜻이다.

조선 시대 왕은 하루 5끼를 먹었다. 새벽에 죽으로 시작해 오전 10시, 오후 2시, 오후 4∼5시, 오후 7∼9시에 식사를 했다. 수라상의 기본은 젓갈, 찜, 산적, 나물 등이 나오는 12첩 반상이다. 27명 왕의 평균 수명이 44세인 것을 보면 건강한 식생활과 거리가 멀다고 하겠다. 고열량의 식사를 한 뒤 하루 10시간 이상 앉아 정사를 돌보고 스트레스까지 심하니 건강을 해치지 않는 게 이상하다. 조선 시대 왕은 대표적인 ‘극한 직업’이었다. 83세까지 산 21대 영조는 독보적이다. 하루 3번만 수라상을 올리라고 명하고 보리밥을 물에 말아 먹는 서민적 밥상을 즐겼다고 한다. 적당한 양을 적당한 횟수로 섭취하는 게 장수의 비결임을 알 수 있다.

의학의 발달과 건강관리로 건강수명은 물론 기대수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2023년 기준 82.7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수준이다. 급격한 고령화는 ‘현대인 나이 계산법’을 유행시킨다. 현재 전체 인구에서 85세 이상 인구 비중은 50년 전 85세에 0.8을 곱한 68세 이상과 비슷한 점을 들어 자기 나이에 0.8을 곱한 수치가 실제 생활에서 진짜 나이라는 주장이다. 한 살이라도 줄여보고 싶은 소망을 읽을 수 있다.

소득이 높을수록 건강하게 오래 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윤석준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은 2008년부터 2020년까지 건강보험 데이터를 토대로 한국인의 소득 수준과 건강수명의 추이를 분석해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5개 소득 분위 중 최고 소득층의 건강수명은 74.88세로 최하위 저소득층의 66.22세 대비 8.66년이 길었다. 경제 사정이 좋을수록 병원을 부담 없이 가니 생계를 해결하기도 힘든 계층보다 건강하게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계층 간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건강수명의 양극화까지 심해지는 나라는 건강한 사회가 아니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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