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년일보 】 KDB생명이 올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연도 대상 시상식을 추진하고 있어 적잖은 빈축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KDB생명이 경영악화로 수차례 매각 추진을 반복하다 결국 실패, 산업은행에 편입되는 상황에서 해외에서 호화(?) 행사를 진행한다는 점이 눈총을 받고 있는 셈이다.
더욱이 최근 영입된 김병철 총괄 부사장과 지난달 29일자로 공식임기가 만료된 임승태 사장간 동행 여부를 두고 잡음이 흘러나오는 등 또 다른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임승태 사장은 모기업인 산업은행으로부터 불필요한 해외출장에 대한 지적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4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KDB생명은 오는 16~20일 5일간 우수 설계사 70명을 대상으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연도 대상 시상식을 진행한다. 연도대상은 한 해 동안 보험영업 등 회사 성장에 기여한 임직원과 영업조직의 성과를 시상하고 격려하는 보험업계의 대표적인 행사다.
KDB생명 관계자는 "오는 16~20일 지난해 목표를 달성한 우수설계사 70명과 두바이에서 연도 대상 시상식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회사가 경영악화로 산업은행에 편입되는 상황에서, 적잖은 금전적 비용이 소요되는 행사를 굳이 호화롭게 비춰질 수 있는 해외에서 치뤄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보험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회사가 수 차례에 걸친 매각절차도 불발되고, 최근에는 산업은행에 편입되는 상황에서 허리띠를 묶어도 부족할 판에 해외에서 연도대상 시상식을 진행한다는 게 다소 납득은 되지 않는다"면서 "KDB생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은 영업조직의 사기 진작과 영업력 강화를 위해 연도대상 행사를 매년 진행하고 있다"면서 "다만 회사 경영이 매우 안좋은 상황에서 해외에서 행사를 진행한다는 건 여전히 정신을 못차리고 있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영업총괄 등 새로 영입된 김병철 부사장과 현 임승태 대표간 동행 여부를 두고 잡음이 흘러나오는 등 뒷말까지 나오고 있다. 임 대표는 지난달 공식 임기가 만료된 상태로, 잔여 임기가 정해지지 않고 유임된 상태인 한편, 모기업인 산업은행으로부터 불필요한 잦은 해외출장에 대한 지적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연도대상은 영업인들의 축제로 불릴 수 있다"면서도 "행사 계획 수립 과정에서 지난달 임기가 만료된 임 사장과 새로 부임한 김병철 총괄 부사장간 누가 시상식에 참여할 것인가를 두고 잡음이 나온 것으로 안다"면서 "영업을 총괄하는 김 부사장이 참석하는 게 바람직 할 것이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KDB생명은 지난 1월 23일부로 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이 완료됐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대주주인 ‘KDB칸서스밸류사모투자전문회사’로부터 지분 85.5%를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모든 인사권이 산업은행으로 귀속된 상태로, 기존 임원진들은 임기 연장이 불허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임원진이 공석인 상태로, 주요 부서장이 임원 업무를 대행하는 체제로 전환된 것으로 전해졌다.
KDB생명은 산업은행의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금호그룹 구조조정 과정에서 KDB생명을 인수한 뒤 2014년부터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하나금융지주가 실사를 진행했으나, 인수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또한 올 초에는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매각을 추진했으나 이 역시 무산됐다. 지난 10년간 여섯 번의 매각 작업에 실패하는 동안 보험시장내 입지도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의 지난해 순익은 204억원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다. 보험손익은 늘었지만 투자손익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지난해 KDB생명은 해외 대체투자 자산에서 손실이 발생하면서 602억원의 투자손실을 입었다.
자본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도 하락했다. 지난해 말 KDB생명의 킥스 비율은 52.99%로 한 해 전과 비교해 약 4%포인트 내려갔다. KDB생명은 대규모로 자본을 확충했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3천억원 규모의 증자를 단행했을 뿐만 아니라 총 2천250억원 규모로 자본성증권도 발행했다. 시장금리가 크게 내려가자 시가 평가한 보험부채가 불어나 자본확충에도 불구하고 건전성 지표가 악화됐다.
이에 대해 KDB생명측은 전속 설계사들의 사기 독려와 이탈 방지 차원에서 해외 시상식을 추진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KDB생명의 한 관계자는 "한 해동안 회사를 위해 노력해온 설계사분들의 사기진작 차원에서 검토, 추진하게 됐다"면서 "영업조직의 성과 달성에 보상이 없으면 조직이 이탈하는 경우가 빈번해 행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최대 보험사인 삼성생명은 오는 18일 경기도 일산 소재 킨텍스에서 연도대상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