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운반+쇄빙선' 다 돼? 알래스카 개발 급한 트럼프 홀렸다 [K조선의 힘]

2025-09-01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인사를 마치자마자 조선업 얘기부터 꺼냈다. “한국은 배를 아주 잘 만든다”면서 “한국이 미국에 와서 조선소를 세우고, 우리 인력과 함께 배를 짓게 할 것”이라고 했다. “다시 미국 조선업을 살리는 길”이라고도 강조했다. 미국이 조선업 재건을 얼마나 시급하게 여기는지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트럼프는 누구보다 한국 조선업의 저력을 잘 안다. 1998년 경남 거제의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아 약 100m 높이의 골리앗 크레인 위에 올라 대형 선박 여러 척을 동시에 건조하는 모습을 보며 “원더풀”을 외쳤다고 한다.

미국 조선업 재건의 파트너로 올라선 K조선은 민관의 도전정신이 함께 키워낸 성과로 평가된다. 박정희 정부 시절 청와대 경제수석으로서 조선업의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운 신동식(92) 한국해사기술 회장은 그 씨앗을 뿌린 이로 꼽힌다. 그가 1960년대 조선 강국이던 미국에서 배운 선진 기술과 산업 육성 계획을 바탕으로 1973년 거제 옥포조선소가 착공됐다.

비슷한 시기 울산에서는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민간 조선소 건립에 뛰어들었다.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 지폐를 내보이며 영국 바클레이즈 은행에 차관을 요청한 그는 동시에, 조선소 부지 사진과 도면만으로 그리스에서 초대형 유조선 2척을 수주했다. 모두 전례 없는 도전이었다.

이후 K조선은 ‘속도’와 ‘가격’을 무기로 조선 선진국들을 잇따라 제쳤다. 빠른 납기를 위해 기존 방식을 깨고 ‘1도크 다(多)선박’ 건조 방식을 도입해 일본과 차별화했다. 1973년 선박 수주 점유율 1.3%이던 한국이 1983년 19.2%까지 몸집을 키웠고, 결국 그해 현대중공업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제치고 단일 조선소 기준 세계 1위에 올랐다. 한국은 1993년 글로벌 시장 46.4%를 차지하는 글로벌 조선 1위가 됐다.

이후 중국 업체들의 물량 추격에 따라, 한국 조선업체들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가스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필리조선소를 운영 중인 한화그룹은 한·미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달 27일 한화해운을 통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을 필리조선소에 발주했다. 미국 조선소를 부활시켜 고부가가치 선박도 건조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현재 760척 LNG선 중 70%가 한국산 배로, 이 시장 1위다.

다만 LNG선의 핵심은 기체를 초고압·초저온에서 액화해 안전하게 옮기는 화물창인데, 프랑스 GTT사가 원천기술을 갖고 있어 선박 가격의 5%를 로열티로 지급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 한국형 화물창 기술(KC-2)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많은 배에 실증한 GTT사 기술력을 따라잡으려면 정부가 보증해 발주하고, 레코드를 쌓아 인정받는 경험이 필수”라고 말했다.

쇄빙 LNG선 시장이 커지는 점도 한국엔 기회다. 미국은 알래스카 LNG 개발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 LNG 운반선과 알래스카의 얼음을 깰 수 있는 쇄빙선 발주 가능성이 커 K조선에 기회라는 분석이 나온다. HD현대는 1일 LNG운반선 내 화물창 운영 상황을 인공지능(AI)으로 관리하는 기술을 개발해 실증한다고 밝혔다. 2016년 세계 최초 ‘쇄빙 LNG선’을 띄운 한화오션은 세계 최다 수주 실적(21척)을 갖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러시아에 쇄빙 유조선 5척을 인도한 이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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