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을 안 보여주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봐야 좋을지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최윤정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부 교수는 영상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는 아이와 양육자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기나긴 겨울방학, 영상 한 편을 더 보여줄지, 말지 씨름할 게 아니라 시청 방식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단 얘기다. 그는 “처음 접할 때부터 습관을 제대로 잡는 게 중요하다”며 “아이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면 발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국내에 몇 안 되는 아동 미디어 전문가다. SBS 프로덕션 PD로 ‘열려라 삐삐창고’ 같은 어린이 프로그램을 제작하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영상이 아이들에게 즉각적인 효과를 미치는 모습을 보면서 제대로 된 연구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2020년부터 ‘어린이 미디어 품질지수(Children Media Quality Index·CMQI)’ 연구에 매달린 이유이기도 하다. ‘커먼 센스 미디어(Common Sense Media·CSM)’ 같은 양육자와 교사들이 참고할 만한 자료가 많은 영미권과 달리 한국엔 관련 자료가 거의 없는 게 현실이다.
그의 말처럼 일상에서 미디어와 동영상을 제거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시청해야 할까? 좋은 영상과 나쁜 영상을 구분하는 기준은 뭘까? 지난 16일 최 교수를 만나 물었다.
Intro 영상, 시청 습관이 중요한 이유
Part 1 언제부터? ‘왜’부터 찾아라
Part 2 영상 선택, 세 가지를 확인하라
Part 3 어떻게? 함께 떠들면서 봐라
📺️언제부터? ‘왜’부터 찾아라
세계보건기구(WHO)는 2세, 미국소아과학회(AAP)는 18개월 이전에는 아이에게 미디어를 노출하지 않도록 권고한다. 2~5세는 한 시간 이내로 이용을 제한된다. 하지만 일단 노출을 시작하면 이용 시간이 급격하게 느는 게 현실이다. 최윤정 교수는 “한국은 국제 기준보다 훨씬 더 빨리 미디어 노출을 시작하고, 더 많이 시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 아동의 미디어 사용은 어느 정도인가요?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2023년 3~9세 기준 하루 평균 미디어 이용 시간은 3시간6분으로 집계됐어요. 텔레비전(TV)이 1시간13분으로 가장 많고, 스마트폰이 1시간3분, 태블릿 PC가 38분 순이에요. 그런데 TV 시청 시작 시기를 살펴보면 12~18개월이 26.1%로 가장 많아요. 24개월 이하 아이 10명 중 6명(57.7%)이 TV를 보는 것으로 나타났어요. 시청 시간은 국제 기준보다 3배가량 많고, 시기도 6개월에서 1년은 빠른 셈입니다.
다른 나라보다 미디어 이용이 많은 이유는 뭔가요?
영상을 시청하는 동기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아이 중심적 동기예요. 새로운 경험이나 지식 습득을 위해, 혹은 또래와 어울리기 위해 동영상을 시청하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부모 중심적 동기예요. 양육자가 한숨을 돌리거나 아이를 달래기 위해서, 혹은 보상으로 보여주는 거죠. 한국에서는 아이와 부모 중심 동기, 두 가지 모두 강하게 나타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