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반짝이고 존귀한 존재라고 말하는 작품
우도환과 이유미의 슬프고도 사랑스런 연기 돋보여
10부작 넷플릭스 시리즈... 8일 첫공개
[서울 = 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따스하면서도 유머러스하다. 넷플릭스 시리즈 'Mr. 플랑크톤'은 매운맛들이 넘쳐나는 콘텐츠 시장에서 모처럼 만나는 순한맛 드라마다. 로맨틱 코미디가 주는 재미에 따스한 휴머니즘이 가미됐다. 너무 튀지 않나 생각될 때쯤이면 스르르 마음을 녹여줘서 미소 짓게 하는 드라마다.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의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재미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시험관 아기로 태어난 해조는 병원에서 정자가 바뀌는 바람에 이 사실을 알게된 부모로부터 버림받는다. 한편, 평생 가족을 원했던 재미는 종갓집 5대 독자 '어흥'과의 결혼식을 앞두고 조기 폐경 선고를 받는다. 예비 시어머니이자 종갓집 종부 범호자(김해숙 분)에게는 아기를 가졌다고 거짓말을 해놓은 상태다. 설정 자체가 억지스러워 보이지만 이 드라마는 특유의 온기로 시선을 떼지 못하게 하는 마력이 있다.
가족에게 버림받고 '플랑크톤'처럼 방랑의 삶을 살던 해조는 어느 날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되고, 생부를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 재미의 결혼식 날 전 연인이었던 해조와 엮이면서 두 사람은 뜻하지 않게 동행하게 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사냥개들', 드라마 '조선 변호사' 등의 우도환이 세상을 부유하는 해조 역을,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1,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의 이유미는 온기를 나눌 가족이 간절한 재미 역으로 출연하여 극을 이끈다.
로맨틱 하면서도 코믹한 연기를 펼치는 두 사람의 연기가 잘 어우러진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면서 담아낸 한국의 아름다운 풍광이 보는 재미를 더한다. 홍종찬 감독은 작품과 어울리는 길, 산, 들, 강, 바다를 찾아 강원도의 설원부터 전라도의 고택, 제주도의 바다까지 전국 팔도를 돌며 여름부터 겨울까지 대한민국 곳곳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그래도 코미디의 맛을 살리는 건 노련한 조연들이다. 두 사람을 뒤쫓는 순애보 신랑 어흥 역의 오정세는 타고난 코믹연기로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게 만든다. 엄격한 예비 시어머니이자 종갓집 종부 범호자 역의 김해숙 역시 믿고 보는 배우임을 증명한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조폭들 역시 때로는 시퍼런 도끼를 들고 설치지만 웃음을 위한 장치일 뿐이다. '해조'의 아군인지 적군인지 아리까리한 해조의 조력자 까리 역 김민석, 화끈하고 의리 넘치는 봉숙 역 이엘, 광기의 추적자 칠성 역 오대환을 비롯해 어흥과 묘한 관계로 얽히는 범호자의 수하 John Na 역 알렉스 랜디까지 개성 충만한 조역들이 등장한다.
'Mr. 플랑크톤'은 부초처럼 떠도는 인생들이지만 누구 하나 귀하지 않은 존재는 없다고 말하는 드라마다, 바닷속 플랑크톤은 작지만, 빛을 내며 지구의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산소를 만들어낸다. 이처럼 스스로 존재 가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인생을 방랑하는 이들에게 '우리 모두가 반짝이고 존귀한 존재'라고 말하는 작품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소년심판',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홍종찬 감독과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의 조용 작가가 손잡았다. 11월 8일 공개.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