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SEN=최이정 기자] 고 배우 진 해크먼과 아내 베치 아라카와의 집에서 발견된 메모가 보는 이들에게 먹먹함을 안긴다.
지난 2월 95세의 해크먼은 65세의 베티가 한타바이러스로 사망한 지 약 일주일 후, 알츠하이머병 합병증을 동반한 심장병으로 사망했다.
경찰관들은 부부의 자택을 조사하던 중 구겨진 침대 시트에서 작은 혈흔과 더러운 반창고를 발견했다. 침대에 누구의 피가 묻었는지, 출혈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크먼이나 아라카와의 사망 원인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뉴멕시코 북부 당국은 두 사람의 자택 내부에서 발견된 여러 건의 문서를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쓴 메모도 포함되어 있었다.
해크먼은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때로는 그녀를 '사랑스러운 소녀'라고 부르기도 했고, 거의 항상 편지에 '사랑해, G'라고 서명했다. 이 같은 가슴 아픈 친필 메모는 아내에 대한 그의 애정을 보여준다. 더불어 부부의 집 곳곳에 흩어져 발견된 날짜가 적힌 메모들은 두 사람의 관계와 함께했던 마지막 순간들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해크먼은 어느 날 아침 베티를 '생각'했던 내용을 메모에 적기도. 그는 "사랑스러운 여보, 좋은 아침이야. 당신과 다른 꼬마들을 생각하고 있어. 사랑하는 G."
또 다른 기록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던 해크먼이 자신이 이 병과 싸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그는 "난 살아남았다. 왜냐하면 (말 그대로) 아직 살아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은 간신히 살아있을 때도 있다.) 사랑해, G."라는 메모도 남겼다.
좀 더 장난기 넘치는 편지에서, 해크먼는 아내에게 무슨 볼일이 있어서 나간다는 것을 알리는 듯했다. "당신이 앉아 있는 온수 욕조를 지나 저 건물로 내려가서, 그런 건물에서 사람들이 해야 할 일을 할 거예요. 내려가면 기억날지도 몰라요. 사랑해, 그의 이름이 뭐였더라?"
그런가하면 베티는 반려견을 동물병원에 데려가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편지에서 이렇게 썼다. "안녕, G! 진을 복종 훈련 수업과 동물병원 예약에 데려갈게."
한편 해크먼의 시신은 집 현관에서, 베티의 시신은 욕실에서 발견됐다. 부부가 키우던 반려견 세 마리 중 한 마리는 베티 근처 상자에서 죽은 채 발견됐다. 이번 사례는 올해 뉴멕시코에서 발생한 첫 한타바이러스 확진 사례이기도 하다.
해크먼은 1961년 영화 '매드 독 콜'로 데뷔한 이후 다양한 영화에 출연했다. 1972년 영화 '프렌치 커넥션'으로 오스카상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20년 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그는 2000년대 초 은퇴했다.
베시는 1959년 12월 하와이에서 태어나 호놀룰루에서 자랐다. 피아노를 전공했고,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에 재학했으며, 북미 축구 리그(NASL)의 프로 축구팀인 아즈텍 치어리더로 활동했다. 그녀는 TV 게임 쇼 '카드 샤크스'에서 제작 보조로도 일했다. 그녀는 1980년대 중반 캘리포니아의 한 헬스장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해크먼을 만났다. 두 사람은 곧 함께 살게 되었고, 1980년대 말에는 산타페로 이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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