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전자, 시장 정체 속 B2B 확대…AI 설루션 전환

2025-12-28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올 한해 가전 업계는 글로벌 수요 둔화로 뚜렷한 반등세를 보이진 못했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사업 구조 전환을 통해 새로운 성장 방향을 모색한 한 해로 평가된다. 교체 주기 장기화와 소비 심리 위축으로 기존 B2C(소비자간거래) 중심 가전 시장의 성장성이 제한되자, 양사는 냉난방공조(HVAC)·전장·상업용 디스플레이 등 B2B(기업간거래) 비중을 확대하며 차세대 성장축으로 삼았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장과 공조를 중심으로 B2B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장했다. 삼성전자 자회사 하만이 최근 독일 ZF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사업을 인수하며 글로벌 전장 사업 강화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인수를 통해 하만은 차량용 디지털 콕핏과 오디오 중심 사업에서 나아가 ADAS 영역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며, 자동차 전장 분야에서의 통합 설루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게 됐다. 회사는 하만을 전장 사업의 핵심 축으로 삼아, AI 기반 차량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결합한 B2B 수익 모델을 강화하고 있다.

공조 사업에서도 삼성전자의 행보는 두드러졌다. 유럽 공조 전문기업 플랙트그룹 인수를 계기로 데이터센터와 산업 시설 중심 공조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AI 데이터센터 증설이 이어지면서 안정적인 냉각·공조 수요가 확대되는 가운데 단발성 판매가 아닌 유지·보수와 시스템 업그레이드까지 포함한 장기 사업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LG전자 역시 HVAC를 중심으로 산업·인프라 사업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LG전자는 올해 유럽 온수 설루션 기업 오소(OSO) 그룹을 인수하며 히트펌프와 고효율 공조 시장 공략에 나섰고, 인도에는 전담 HVAC 법인을 설립해 신흥 시장 확대에 속도를 냈다. HVAC은 설치 이후 유지·보수 수요가 지속되는 구조로, 상대적으로 수익 안정성이 높다는 점에서 LG전자의 핵심 B2B 성장축으로 꼽힌다.

전장 사업도 LG전자의 중요한 축이다. LG전자는 오스트리아 차량용 조명 업체인 ZKW 인수 이후 인포테인먼트, 전동화 부품, 차량용 조명 등을 아우르는 전장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며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했다. 여기에 상업용 디스플레이와 디지털 사이니지 사업을 확대해 B2B 고객을 중심으로 수요를 늘리고 있다.

업계에선 올 한 해를 가전·전자 기업의 전환기로 평가한다. 출하량이나 판매량 확대보다 사업 구조를 산업·인프라 중심으로 재편하며 중장기 수익 기반을 다지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B2C 가전 시장의 구조적 한계가 자리하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 확산으로 제품 성능과 내구성이 크게 개선되면서 소비자 교체 주기는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신제품 출시만으로 수요를 자극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각 기업들은 B2B 시장에서 해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침체 속에서 HVAC이나 전장 등 신성장 동력으로 꼽은 사업 분야에서 얼마나 차별화한 B2B 설루션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향후 가전 기업의 실적도 갈릴 것이다"며 "아울러 AI 확산과 데이터센터, 전장 시장 성장은 가전 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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