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수난시대···환율·후판가 인하에 하반기 '전전긍긍'

2024-11-05

국내 철강사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수난 시대를 겪고 있다. 급등세를 이어오던 환율은 1400원을 목전에 두고 있고, 하반기 조선업계와의 후판가 협상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주간 거래 종가(1370.9원)보다 4.3원 오른 1375.2원에 출발했다. 환율은 최근 미국 대선 투표를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

환율의 움직임이 커지자 국내 전방 산업인 철강업계도 분주한 모습이다. 통상 철강사들은 원자재를 달러로 거래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원자재 수입 비용이 올라 생산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 가치는 떨어진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전 세계 경기침체 우려로 수요 부진이 커진 터라 수익성 악화도 불가피하다. 해외에서는 전 세계 철강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 철강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고, 국내에서는 건설업의 불황으로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수요 부진이 길어지면 재고가 쌓이고, 이는 곧 제품 가격 하락이란 악순환을 낳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철강사들의 지난 3분기 실적도 최대 80%까지 급락했다. 이들의 부진한 실적은 ▲수요 부진 ▲제품 판매량 하락 ▲중국산 저가 수입재 유입 등으로 파악됐다. 중국이 자국 철강 시장 침체로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철강 물량을 국내로 과다 수출하면서 국내 업체들의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다.

철강사들도 지난 3분기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각각 이 같은 이유로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업체별로는 포스코홀딩스가 3분기 매출 18조3210억원, 743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4%, 38.3% 하락한 수치다.

현대제철은 매출 5조6243억원, 영업이익 515억원을 나타냈다. 매출은 전년 동기 10.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7.4% 줄었다. 순손실은 162억원으로 적자 전환이다.

동국제강도 암울한 성적표를 받았다. 동국제강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386억원, 215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2.3%, 79.6% 떨어졌다.

여기에 남은 4분기는 조선업계와의 후판가 씨름이 철강사들의 우려를 키울 것으로 보인다. 두 업계는 통상 상·하반기 각각 한 번씩 가격 협상에 나선다. 조선사는 선박 제조원가에서 후판이 최대 20%를 차지하는 만큼 동결 또는 가격 상승 폭을 키워야 한다는 입장이고, 철강사는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가격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판은 선박에 사용되는 재료로, 두께 6㎜ 이상의 두꺼운 철판이다. 올해 상반기는 팽팽한 기 싸움 끝에 톤(t)당 90만원 초반대로 인상됐고, 지난해 하반기는 톤당 90만원 중반 수준에서 합의가 이뤄졌다. 현재 중국 후판 반덤핑 조사가 이뤄지는 점과 지난해 하반기 후판 가격 합의가 12월 27일에 이뤄진 점을 고려했을 때, 올해도 비슷한 시점에 합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경기 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르면 올해 4분기, 늦으면 내년 상반기부터 철강업이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며 "다만 올해 상반기 인하된 후판 가격을 하반기에 올리지 못하면 중국 경기 부양책과 별개로 수익성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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