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AI 설계 에이전트 도입…‘초격차 재건' 신무기

2025-08-24

삼성전자가 반도체 설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에이전트 기술을 도입한다.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복잡해지고 있는 첨단 반도체 설계 역량을 AI 기술을 통해 비약적으로 키우는 프로젝트다. 삼성전자가 AI 기술을 반도체 설계 전 영역에 도입해 퀄컴 등 경쟁기업을 빠르게 추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사업 부문에서 설계 사업을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가 최근 ‘AI 에이전트 태스크포스(TF)’를 가동했다. TF는 반도체 설계 업무 전반에 AI 에이전트 시스템을 도입하는 업무를 맡았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을 대신해 시스템 전체를 운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올 해 1분기께 뼈대가 만들어진 이 조직은 최근 인력 충원을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으로 AI 혁신을 위해 업무에 돌입했다.

반도체 분야에서 AI를 활용한 제조 역량 혁신은 타이어와 바이오 등 다른 산업에 비해 난이도가 높다. 반도체 설계는 손톱만 한 칩 안에 ㎚(나노미터·10억분의 1m) 단위의 선폭이 무수히 새기는 기술이 필요하다. 극도로 세밀하고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전문 인력이 설계 업무를 완수하는 양과 속도도 한계가 있다.

특히 칩에 요구되는 성능이 높아지면서 설계 업무는 단일 칩 뿐만 아니라 여러 개의 칩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설계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칩 자체의 집적도가 높아지는 동시에 칩 사이의 연결 등 고려해야 할 변수도 많아지고, 그만큼 설계의 복잡도도 높아지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이 같은 설계 기술의 난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전사 차원에서 AI 기술을 업무에 도입하기 위해 박차를 가해 왔지만 주로 번역, 보고서 작성과 같은 부가적 차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핵심 업무인 반도체 설계에 특화된 AI를 도입해 경영 지원 업무에서 제조 역량, 설계 등 기업 전반의 AI 활용 역량을 키우기로 했다.

특히 TF가 이번에 도입하는 에이전트는 챗봇과 같은 단순 보조형 서비스가 아닌 능동형 AI 기술이다. 방대한 설계 데이터의 통합과 반도체 엔지니어링 개념에 대한 이해, ㎚ 단위의 물리적 지식 등을 이해하고 활용한다. AI 에이전트는 반도체 설계 과정에서 엔지니어를 수동적으로 보조하는 것을 넘어 설계 작업과 피드백, 설계 수정 등 시스템 통합까지 역량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번 에이전트AI 기술을 통해 경쟁업체 퀄컴을 추격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애플로부터 이미지센서를 수주하는 성과를 거뒀지만 최대 사업인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서는 퀄컴에 비해 경쟁력이 다소 뒤쳐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전자의 자체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2500이 예정대로 갤럭시 S25에 탑재되지 못해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갤럭시 S24부터 고사양 라인업에만 퀄컴 칩이 탑재되고 삼성전자는 기본 라이업을 담당하는 구도가 최근 출시된 갤럭시 Z7 시리즈에도 이어지며 굳어지는 양상이다. 반도체 설계 역량의 부진 탓에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상반기 영업손실이 약 5조원에 달했다는 평가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스템LSI사업부의 설계 경쟁력은 반도체 설계 사업부의 사업 경쟁력 하락은 물론 AP 구매 비용 증가로 인한 스마트폰 사업부의 이익 하락 등으로 이어져 반등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서 오래 축적해 온 다양한 데이터와 노하우, AI 기술들을 통합해 제조 자동화를 이룰 수 있다면 초격차를 다시 만드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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