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식(60) 소망교도소 소장에게 “소망교도소는 사람을 살리는 공동체입니다”란 표어의 의미를 물었더니 돌아온 답이다. 관리동 청사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철문을 지나 처음 마주치는 붉은 색 벽돌 건물인 수용동 벽면의 표어다. 그 아래 화단에선 교도관과 수용자들이 함께 관목을 다듬고 있었다. 그림이 그려진 노란 벽 옆 운동장에선 수용자들이 운동하며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수용시설 안은 장애물과 철창이 보이지 않는 개방된 분위기였다. 김 소장은 “재소자의 재범률이 높으면 추가 피해자가 계속 발생하고 결국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이 된다”며 “이들이 나가서 사회에 적응해야 결국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유일 민영 수용시설로 2010년 12월 1일 경기도 여주에서 문을 연 지 15주년을 맞는 소망교도소를 지난 3일 미리 찾았다. 1인당 수용 면적은 일반교도소(2.58㎡)보다 넓은 3.98㎡, 수인번호 대신 이름으로 불러주는 등 인권교도소로도 수용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곳. 그래서 수용정원 400명(최대 440명)에 결원이 발생해야 국영교도소 중 수감자를 4대 1 경쟁률로 선발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 복역 중인 트로트 가수 김호중 씨가 이감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수감 생활 초기 힘들어 했던 김씨도 이곳에선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그 결과가 20%대 중반인 국가 교정시설에 비해 3분 1 이하인 낮은 출소자의 재복역률이다. 소망교도소는 전체 출소자 기준 7.6%, 최근 3년 이내론 5.3% 재복역율을 자랑한다.

수용동 정문을 지나 식당으로 향했더니 점심 메뉴는 샐러드와 차조밥, 닭강정, 메추리알조림, 어묵김치찌개였다. 푸른색 수의를 차려입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대화하며 식사 중이었다. 한쪽에선 교도관들도 함께 식사했다. ‘소지(잡무를 처리하는 수형자를 뜻하는 은어)’가 배식하고, 감방에서 밥을 먹는 익숙한 장면과는 사뭇 달랐다. 배송철(40) 총무팀장은 “직원 식대가 4000원으로 1733원인 수용자 식대보다 좀 많은 편인데, 예산을 합쳐 함께 식사한다”며 “음식 솜씨가 좋아 직원들도 불만 없이 잘 먹고 있다”며 웃었다.

식당을 나와 생활시설로 가는 복도에는 가수 겸 화가 조영남의 작품이 줄지어 걸려 있었다. 햇살 사이로 액자를 지탱하고 있는 철제 와이어는 통상 교도소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곳에 있으니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작업장이나 교육장으로 향하는 수용자들은 교도관의 별다른 통제 없이 자신들의 위치로 이동했고, 교도관들은 그런 수용자들에게 “요즘 밝아졌네?”라고 자연스레 말을 걸며 웃음을 지었다.
작업장과 교육장에서는 수용자들이 각자 교육을 듣거나 일을 하고 있었다. 제과나 바리스타 과정을 이수하면 시설 내 카페에서 근무할 기회도 주어진다. 금속·가죽 공예나 세탁 등 교도작업을 하는 수용자들도 있었다. 이들 역시 별다른 통제 없이 자율적으로 임하고 있었다. 수용자들이 스마트팜에서 바질을 재배하는 풍경도 눈에 띄었다. 작업장 옆에는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 인권침해신고센터, 소망교도소 특별사법경찰대에 민원을 넣을 수 있는 편지함들도 줄지어 걸려 있었다.
그렇다고 소망교도소 수용자가 마냥 편하게 지내는 건 아니다. 교도관들은 법에서 허용하는 최대한의 자유를 제공하되 기초질서 위반은 엄격하게 제재한다. 한 수용자는 “전에 있던 교도소는 일과시간에 누워 있다고 벌점을 주거나 하진 않았는데 여기서 그러면 조금 더 자유로운 ‘자치지구’에서 바로 쫓아낸다”고 했다. 배 팀장도 “이감 온 지 얼마 안 된 수용자들이 종종 ‘일반 교도소보다 엄하다’고 불평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신입의 수감 생활 적응 같은 각종 문제를 수용자 스스로 해결하도록 한 점도 특색이다. 수용자 자율회장을 맡고 있는 이모(51)씨는 “일반 교도소와 달라 처음 이감됐을 때는 적응이 쉽지 않은 데 기존 수용자가 돕는다”며 “수용자가 수용자를 통제한다며 반감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생활에 곧 적응해 다른 신입들의 조기 적응을 돕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고 덧붙였다.
수용자 교육과정 또한 엄격하다. 소망교도소 신입은 ‘이감 동기’들과 3개월간 기독교 교육을 포함한 인성교육을 받는다. 이후 6개월간 중독치료나 음악치료 등 각종 치료과정을 거치며 인문학 등 강의를 듣는다. 출소 6개월 전부터는 법률이나 금융, 취창업 등 사회 정착 교육을 받아야 한다. 박성만(48) 교육책임(목사)은 “신입 때는 여기서 뭘 해야 하는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등을 반성하는 데 초점을 두고, 동기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의지해 잘 살 수 있도록 돕는다”며 “출소 전에는 본격적으로 사회 복귀를 준비하는 교육에 집중하는 데 수용자들의 평이 좋다”고 했다.
소망교도소를 운영하는 기독교 재단법인 아가페는 5~7일 제1회 국제교정학술대회를 연다. 미국·브라질·캐나다 등 각국 민영교도소 모델을 비교·분석하고 재범 방지 프로그램 등 ‘회복적 사법’의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다. 아가페 이사장 김삼환 명성교회 원로목사는 “소망교도소가 15년간 이루어낸 성과를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소망교도소가 개척한 ’사람을 변화시키는 건 제도가 아닌 사랑‘이라는 길이 세계 교정의 새로운 모델로 많은 변화를 만들길 기대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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