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서동영 기자]"건설현장에 일거리가 없다. 지금 일이 끝나면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건설업에 종사 중인 지인의 한숨이다. 건설업황이 나빠지기 시작한 지난해까지만 해도 자신을 찾는 현장이 끊이지 않았기에 쉬지 않고 일을 하는 게 가능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일거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불러만 주면 다행인 상황이다. "이번 겨울이 끝난 뒤에는 자칫 오랫동안 쉬어야 할 거 같다"고 말하는 그의 표정에는 깊은 그늘이 드리워졌다.
실제로 올해 건설업은 빙하기를 맞은 듯 침체를 겪었다. 건설현장 취업자 수만 봐도 알 수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4년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건설업 취업자는 9만6000명 줄면서 7개월 연속 감소세가 이어졌다.
건설사들이 현장을 줄이는 등 위축된 탓이다. 미분양이 늘어나고 원가율은 오르면서 건설사 수익이 악화됐다. 올해 10대 건설사 중 무려 8곳이 수장을 교체하며 불황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정 건설사의 워크아웃 또는 부도설이 담긴 '찌라시'가 나돌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각종 사업을 진행하기란 쉽지 않다. 일을 벌이기는커녕 있는 알짜 자산도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실정이다. DL이앤씨 지주회사인 DL은 호텔 부문 글래드호텔앤리조트를 매각하기로 했다. GS건설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GS엘리베이터을 팔았고 수처리 자회사 GS이니마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에는 계엄과 탄핵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태로 나라 경제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정치적 경제적 혼란이 지난 4일 계엄 종료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다. 당장 1달러당 원화 환율이 금융위기 마지노선이라는 1500원을 앞두고 있다.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은 내년 계획을 짜기가 쉽지 않다. 당장 고환율로 공사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내년에도 공사비가 크게 오르게 생겼다. 수익이 더 악화될 것은 명약관화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간신히 버텼는데 내년에는 어떻게 버터야 할지 모르겠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렇더라도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지난 23일 국토교통부가 건설업 침체 타개책 발표를 예고했다. 공공 공사 낙찰률 상향, 물가 반영 기준 개선 등을 포함해 건설업계의 부담을 덜고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건설업을 일으켜 보겠다는 의도다.
이 정도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렇게라도 희망의 불씨를 키울 필요가 있다. 그 불씨가 점점 커져 내년에는 꽁꽁 얼어붙은 얼음이 녹아내리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