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규제·탄핵 등 시장 불확실성 ‘확대’
시장 관망세 장기화…강남 알짜 매물도 관심 ‘뚝’
대출 규제와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 정국이 본격화하면서 부동산 경매시장이 한껏 위축된 모습이다.
경매로 넘어가는 물건은 대폭 늘어난 반면, 매수심리 위축으로 제때 주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강남권 알짜 매물도 유찰을 거듭하고 있다.
27일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집합상가 등) 임의경매개시 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5만1853가구로 1년 전(3만5149건) 대비 48% 증가했다.
집합건물을 포함한 부동산(토지·건물·집합건물) 임의경매개시 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12만9703건으로 지난 2013년(14만8701건) 이후 최대 규모다.
임의경매는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 및 이자를 3개월 이상 갚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담보로 잡힌 부동산을 경매로 넘기는 절차다.
고금리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급등한 이자를 견디지 못하고 경매시장으로 넘어간 물건들이 대폭 늘어나고 있다.
경매시장 물건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반적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요가 꺾여 낙찰되는 사례는 줄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12월 서울의 아파트 경매는 총 244건 진행됐는데, 이 중 103건만 낙찰됐다. 낙찰률은 42.2%다.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낙찰률은 48.2%로 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는데, 12월 들어 낙폭이 커졌다.
낙찰가율은 한 달 전 94.9%보다 3.0%p 떨어진 91.9%로 집계됐다. 응찰자수 역시 6.21명으로 11월 대비 0.4명가량 줄었다.
선호도 높은 강남권 아파트도 유찰되는 사례가 빈번하다.
경매로 낙찰받은 아파트의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더라도 실거주 의무를 받지 않아 전·월세를 놓을 수 있다. 하지만 매수심리가 위축되면서 경매 물건에 대한 관심도 사그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6일 경매로 나온 송파구 ‘잠실엘스’ 전용 119㎡는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감정가(34억7000만원)가 실거래가 대비 1억~2억원가량 높게 책정되면서 관심을 받지 못했다.
강남구 ‘대치아이파크’ 전용 120㎡는 이달 초 경매를 진행했으나 주인을 찾지 못하고 유찰됐다. 감정가가 38억9000만원으로 40억원대 수준인 같은 평형대 시세 대비 1억원가량 저렴하지만 응찰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시장 불확실성이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짙은 만큼 내년 상반기까지 경매시장 분위기도 누그러지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경매업계 관계자는 “대출 규제로 이미 시장 관망세가 짙어진 상황에서 연말께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이슈까지 맞물리면서 매수심리가 한껏 더 위축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변 재건축 단지들이나 주요 입지 신축 단지들은 감정가 대비 고가에 낙찰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알짜 물건도 유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