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유의 방' 건축가, 용인에 이우환 미술관 만든다

2025-12-07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 옆에 이우환 미술관이 들어선다. 지난 10월 28일 처음 공개된 ‘옛돌정원’ 부지다. 호수를 바라보는 이곳엔 현재 철과 돌, 문명과 자연이 만나는 이우환의 대형 조각 3점이 전시 중이다.

새로 들어설 이우환 미술관의 설계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전시공간 ‘사유의 방’을 만든 최욱 원오원 아키텍스 대표가 맡았다. 최욱 건축가는 7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1년쯤 뒤 착공, 2029년 가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지상·지하 2개 층에 전시실 8개 가량이 들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욱은 서울 가회동의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와 북촌 설화수의 집 등으로 이름이 높다. 2021년 국립중앙박물관 2층에 국보 반가사유상 두 점만을 위한 몰입의 공간 ‘사유의 방’으로도 널리 알려졌는데, 이 박물관이 건축가와 협업한 첫 사례다. 서울 창신동 백남준기념관 설계도 맡았지만, 살아있는 미술가의 미술관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나오시마 이어 한국의 이우환 미술관

이우환 미술관의 시작은 이우환(89)이 연필로 쓱 그린 한장의 스케치였다. 최 건축가는 “사각형 두 개를 모아놓은 듯한 단면에, 원하는 방의 크기 정도가 들어간 간단한 스케치였다”고 말했다. “사물과 사물의 만남을 중시하는 그의 작품에서 건축이 배경이 되고자 했는데, 이우환 선생이 ‘좀 더 건축적 공간을 시도하는 것도 좋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경남 함안 태생의 이우환은 1960년대 말 ‘모노하(物派)’의 이론적 형성에 깊이 관여했다. 모노하는 나무·돌·점토·철판 등 물체 그 자체에서 관계와 만남의 의미를 찾는 일본의 미술 운동이다. 한국 화단과 교류를 이어가며, 1970년대 실험미술과 단색화의 전개 과정에도 의미 있는 영향을 미쳤다. 그의 작업은 유럽 미술계에서 서구 중심의 인식 틀을 넘어선 사유와 조형적 탐구로 주목받아왔다.

그의 이름을 내건 미술관은 2010년 일본 나오시마에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처음 들어섰다. 이어 2015년 부산시립미술관 별관 ‘이우환 공간’, 2022년 프랑스 아를의 고택을 안도 다다오가 개조한 ‘이우환 아를’이 개관했다. 여기 더해 2029년부터는 용인에서 ‘사유의 방’ 건축가가 만든 이우환의 새 미술관을 만나게 된다.

이와 별도로 호암미술관은 지난 10월 28일 전통정원 희원 내에 ‘이우환 미니 미술관’ 격인 ‘실렌티움(묵시암)’을 개관했다. 침묵을 뜻하는 라틴어 ‘실렌티움(Silentium)’과 ‘고요함 속에서 바라본다’는 의미의 ‘묵시암(默視庵)’이라는 이름처럼 주변 자연과 어우러진 야트막한 노출 콘크리트 건물이다. 야외 설치 1점과 실내 작품 3점이 있다. 개관 당시 이우환은 “내 작품은 보자마자 감각이나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생동감이나 에너지가 중요하다”며 “관객이 침묵 속에 머물며 세상 전체가 관계와 만남, 서로의 울림과 호흡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하느리, 이우환 작품 세계 소재로 신곡 초연

이우환의 작품 세계를 소재로 한 음악도 나온다. 부산시립미술관은 14일 오후 5시 부산콘서트홀에서 이우환 공간 개관 10주년 기념 연주회 ‘보는 소리, 듣는 빛’을 연다. 지난 6월 홍진기 창조인상을 받은 작곡가 이하느리(19)가 이우환과 여러 차례 만나 작곡한 ‘스터프 샵3(stuff#3)/이우환의 정원’을 초연한다.

70년의 나이 차를 뛰어넘은 협업의 결과인 신작은 이우환의 예술 세계, 특히 ‘관계’ 요소와 맞닿아 있다. 소리와 침묵, 반복과 변형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긴장이 작품의 중심이다. 일본의 기타리스트 사토 노리오가 이끄는 ‘앙상블 노마드’가 연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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