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퍼로만 1조6000억 쓰는 다저스… ‘공정 경쟁’ 되기는 할까

2025-12-16

메이저리그(MLB) ‘신 악의 제국’ LA 다저스는 디퍼(지급 유예) 규모만 10억 달러를 넘는다. 30개 구단 통틀어 압도적인 액수다. 최근 올스타 마무리 에드윈 디아스와 자유계약선수(FA) 계약에도 다저스는 디퍼 조항을 삽입했다.

디퍼는 선수 연봉 중 일정 금액을 추후에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2023년 다저스가 오타니 쇼헤이와 10년 7억달러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으면서 총액 97%에 달하는 6억8000만달러를 추후 지급하기로 하면서 화제가 됐다. 원래도 자금력이 월등한 다저스가 디퍼까지 활용하면서 리그의 공정 경쟁을 해친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저스는 최근 디아스와 3년 총액 6900만달러 FA 계약을 맺었다. 올해 평균자책 1.63에 28세이브를 올린 디아스 영입으로도 큰 폭의 전력 상승인데 다저스는 여기에 디퍼 조항을 삽입하면서 재정 부담까지 억눌렀다. AP통신은 16일 “다저스는 디아스와 계약한 3년 동안 매년 450만달러를 추후 지급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디아스 계약까지 합쳐서 다저스의 디퍼 총액은 10억6000달러(약 1조5600억원)에 이른다. 다저스는 디아스 이전에도 오타니를 비롯해 무키 베츠, 블레이크 스넬, 프레디 프리먼 등 8명과 계약에 디퍼를 적용했다.

디퍼를 활용하면 당장 선수단 연봉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사치세 부담도 줄어든다. MLB는 매년 사치세 기준선을 정하며, 그 초과분에 비례해 벌금을 부과한다. 올해 다저스는 선수단 총연봉으로 3억5000만달러 가량을 썼다. 사치세 기준선인 2억4100만달러를 1억달러 이상 초과했다. 디퍼가 아니었다면 초과분은 그보다 훨씬 더 컸을 것이고, 벌금 역시 비례해서 폭등했을 것이다.

디퍼를 활용하면 할수록 다저스 같은 구단은 이득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화폐 가치는 떨어지고, 스폰서와 방송 중계권 계약은 커진다.

문제는 디퍼가 공정한 경쟁을 해친다는 점이다. 2025년 기준 디아스를 포함해 MLB 전체 선수 중 계약에 디퍼 조항을 삽입한 선수는 24명이다. 그중 3분의 1이 넘는 9명이 다저스 선수다. 금액 비중으로 따지면 다저스의 비중은 훨씬 더 커진다. 24명 디퍼 금액을 다 합쳐 15억달러가 채 되지 않는데, 그중 다저스 선수들 총합만 10억달러가 넘는다. 오타니의 6억8000만달러 디퍼 비중이 워낙 크지만, 그걸 제외하더라도 다저스의 디퍼 규모는 다른 팀들을 압도한다.

다저스 같은 울트라 클럽이 아니라면 천문학적 규모의 디퍼를 부담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폭스스포츠에 따르면 다저스는 2038년 디퍼로만 1억230만달러를 선수들에게 지급해야 한다. 어지간한 중소 구단의 1년 선수단 총연봉과 맞먹는 금액이다.

디퍼는 공정 경쟁을 저해할 뿐 아니라 구단 재정의 시한폭탄이 될 수도 있다. 다저스가 아닌 구단이 다저스처럼 무리하게 디퍼를 남발하다 보면 어느 순간 감당 못 할 만큼 규모가 커질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애리조나가 과도한 디퍼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 롭 만프레드 MLB 커미셔너도 지난해 이런 우려를 밝힌 바 있다. 디퍼 금액까지 사치세 계산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이어진다. 다저스 같은 구단이 디퍼를 무기로 활용할 동기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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