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나타’인가 ‘너자’인가

2025-02-21

중국의 문호 루쉰(魯迅, 1881~1936)은 18세기 청(清)나라의 소설 『홍루몽(紅樓夢)』을 이렇게 평가했다. “(홍루몽을 읽은) 경학가는 ‘주역’을 보고 도학가는 음란함을 보며 재주꾼은 푹 빠져들고 혁명가는 만주 배척을 읽고 만담가는 궁중의 비사를 본다.” 홍루몽에 담긴 은유를 제각기 읽어내는 현상을 두고 한 말이다.

최근 세계 애니메이션 흥행 1위에 오른 ‘나타(哪吒)2’가 중국에서 루쉰의 홍루몽 독법을 소환하고 있다. 중국식 만두인 자오쯔(餃子)를 닉네임으로 쓰는 감독이 다양한 복선을 감춰 놓아서다.

마귀의 기운을 응축한 마환(魔丸)에서 태어난 주인공 나타는 “나의 운명은 하늘이 아니라 내가 결정한다. 악마든 신선이든 스스로 정하겠다”며 활약한다. 요마(妖魔)의 우두머리 용족(龍族)을 사슬로 묶고 세상을 지배하던 신선 무량선옹(無量仙翁)의 본색을 폭로한다. 이중 무량선옹이 금단 9000개를 나눠주는 장면에서 평론가들은 지난 2023년 미국의 국방비 9000억 달러를 꼬집어낸다. 나타에서 애국주의 영화 전랑(戰狼·늑대전사)의 그림자가 보인다는 평도 나왔다.

젊은 관객은 나타와, 요마 중 하나로 한때 나타와 대척점에 섰던 흙수저 신공표(申公豹)에 열광한다. 치열한 진학·취업 경쟁에 시달리며 기득권에 착취당한다는 인식에서다. 한 대학교수는 “애국주의와 반(反)체제 요소가 절묘하게 뒤섞인 작품”이라며 “선전 당국이 흥행을 마냥 즐거워할 상황만은 아니다”라고 했다.

‘나타’는 명(明)나라 시기의 판타지 소설 『봉신연의(封神演義)』의 등장인물이다. 봉신연의는 주나라 무왕(武王)이 은나라 주왕(紂王)을 정벌하는 플롯에 도교와 불교를 상징하는 천교(闡教)·절교(截教)·서방교(西方教)의 신선과 요괴가 활약한다.

나타의 중국어 표기는 ‘너자’다. 이 영화의 바른 한글 표기는 나타일까, 너자일까. 현행 외래어 표기법은 “중국 인명은 과거인과 현대인을 구분하여 과거인은 종전의 한자음대로 표기하고 현대인은 원칙적으로 중국어 표기법에 따른다”고 했다. 과거와 현대는 1911년 신해혁명으로 구분한다. 봉신연의엔 나타로 돼 있다. 그러니 나타가 맞겠다.

한·중 교류가 잦아지며 한자음과 중국어 구분이 모호해지는 추세다. 우리의 한자 문화가 중국 문화에 갈수록 침식되고 있다. 중국 교포 사회는 한자음을 준용한다. 우리도 한자음과 중국어 어문정책을 진지하게 재검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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