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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 감독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해 “이미 극복했다고 생각한다”며 “남은 건 법적, 형식적 절차라고 생각한다”고 20일 말했다.
봉 감독은 이날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자신의 신작 ‘미키 17’ 기자간담회에서 “우리가 지금 이렇게 영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리의 일상은 거침없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로제 노래가 이번주는 차트 몇 위까지 올라갔나, 이런 뉴스를 보던 중에 갑자기 계엄령이 터져 너무나 생경스럽다”며 “그런데 우리는 지금 또 이렇게 영화 기자회견을 하고 있지 않나. 음악도 영화도 우리의 일상은 거침없이 계속되고 있다. 계엄을 이미 극복한 우리 시민들의 자랑스러운 모습이라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미키 17>은 2054년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SF 영화다. 주인공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임무를 수행하다 사망하면 다시 똑같이 출력되는 ‘익스펜더블(expendable·소모품)’이다. 봉 감독은 “인간 냄새, 땀 냄새 나는 것 같은 영화를 만드는 게 제 목표였다”고 했다. 그는 미키를 ‘얼빵하고, 착하지만 찐따같은 청년’이라고 표현했다. 슈퍼히어로가 아닌 평범한 사람이 계속 출력되며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기존의 SF 영화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봉 감독은 영화가 다루는 ‘휴먼 프린팅’ 그 자체에서 역설을 발견했다. 그는 “인간은 존중받아야 되는 존재인데 (인간을 출력할 수 있다는) 그 기술 자체가 이미 쓰라리고 웃기기도 한 드라마가 내포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키가 여러 가지 힘든 상황 속에서도 결국엔 부서지지 않고 살아 남았다는 것, 연약하고 불쌍한 청년인데 결국은 그가 파괴되지 않았다는 것이 제가 영화에서 하고 싶었던 얘기”라고 말했다. 봉 감독은 미키가 프린터에서 출력되고 있는 자기 몸을 봤을 때 어떤 느낌일지, 무서운 상황에 놓였을 때 속마음은 어떨지 등 감정의 조각조각을 모아 현실의 “틈바구니에서 숨 쉬는 인간들의 감정”을 그린다.
간담회에는 배우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나오미 애키, 최두호 프로듀서 등이 함께했다. 마크 러팔로는 자신이 맡은 독재자 마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에 대해 “특정인을 연상시키지 않기를 바란다”며 “다양한 인물들이 의도적으로 들어갔다. 말할 때 인물의 악센트나 말하는 방식을 바꿨다. 관객들이 더 많은 해석을 하고 여러 인물을 발견하길 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생애 처음 악역을 맡았다고 했다. 그는 “처음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 놀랐다. 이 배역이 나에게 주어진 게 맞는지 대본을 주의 깊게 봤다”며 “(지금은) 봉 감독에게 굉장히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키를 지지하는 나샤 역으로 출연한 나오미 애키는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점이 큰 눈사태, 큰 결과를 만들어낸다”며 “그것이 영화의 이야기가 가진 놀라움이라 생각한다. 평범함이 가진 힘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영예나 권력을 좇을 때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행동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옥자>(2017) 이후 두번째로 봉 감독과 작업한 스티븐 연은 “봉 감독은 캐릭터와 배우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적극 지원해준다”며 “(봉 감독의) 눈빛이, 시각이 정말 아름답다. 봉 감독의 시각으로 찾아낸 매력이 크다”고 말했다.
전세계 개봉하는 <미키 17>은 한국 관객과 오는 28일 가장 먼저 만난다. 북미에선 내달 7일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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