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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딜런은 격변기인 1960년대 미국 사회에 등장한 저항의 상징이었다. ‘불순분자’로 의심받는 가수가 자기 노래가 얼마나 애국적인지 법정에서 설명해야 하던 시절, 딜런은 평화와 자유를 노래했다. 철학적이고도 시적인 가사는 그에게 ‘음유 시인’이라는 별명을 붙여줬고 훗날 노벨문학상까지 안긴다. 대중 음악인으로는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컴플리트 언노운>은 위대한 뮤지션 밥 딜런의 청년 시절을 그린 영화다. 할리우드 청춘스타 티모테 샬라메의 출연으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아온 이 화제작이 오는 26일 국내 관객과 만난다.
영화는 미시시피 출신 청년 밥 딜런(티모테 샬라메)이 기타 하나 매고 뉴욕에 오면서 시작된다. 우상이자 포크 스타인 우디 거스리(스쿠트 맥네리), 피트 시거(에드워드 노튼)를 만나기 위해서다. 이들은 자작곡을 선보인 딜런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본다. 그렇게 무대에 설 기회를 잡은 딜런은 얼마 안 가 포크계 신성으로 떠오른다.
영화는 무명 뮤지션이었던 딜런이 뉴욕 포크계에 발을 내디디고, 포크 스타이자 저항의 아이콘으로 주목받는 과정을 따라간다. 전기 영화 속 스타의 삶이 대개 그렇듯 유명세는 딜런에게 부와 명예, 고뇌를 함께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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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런이 스타로 떠오르는 중반부 이후 영화의 관심은 그의 음악적 확장과 이로 인한 갈등으로 옮겨간다. 당시 포크계는 민중 음악인 포크의 순수성을 강조했다. 통기타와 목소리로 만든 음악 만이 포크라 여기는 이들에게 록 등 타 장르와의 융합을 꾀한 딜런은 눈엣가시였다. 일렉트릭 기타를 든 딜런은 ‘가짜 음악’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았다.
갈등은 1965년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에서 폭발한다. “포크의 정통을 지켜달라”는 주최 측 요구에도 딜런은 전자 기타를 들고 무대에 오른다. 환호와 야유가 교차하는 이 공연은 그의 음악 인생 전기가 되는 한편 평화와 자유를 상징하며 권력에 저항한 포크가 딜런에게 빨간 펜을 들이대는 역설을 보여준다.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1960년대 한 위대한 음악가의 4년 남짓을 보여줄 뿐인 영화는 이 질문과 함께 현재의 이야기가 된다. 60년 전 딜런의 외침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은 이 영화의 행운이자 불행이다.
딜런의 명곡 메들리를 기대하는 관객은 실망하지 않을 듯하다. 영화는 딜런의 초창기 곡들로 러닝타임 141분을 꽉꽉 채운다. 가사에서 영화 제목을 따온 ‘라이크 어 롤링 스톤’, 반전 시위에서 널리 불린 ‘블로잉 인 더 윈드’ 등 20여 곡이 러닝타임 내내 아름답게 흐른다. 피트 시거, 조앤 바에즈 등 동시대 뮤지션들의 음악 역시 귀를 사로잡는다. 이 노래들은 각 장면의 상황과 꼭 들어맞게 삽입돼 영화를 더 영화적으로 만드는 마법을 부린다.
이 마법에서 티모테 샬라메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듄> 시리즈 속 미청년은 붕붕 뜨는 곱슬머리에 까칠한 성격의 뮤지션으로 변신했다. 그는 영화에 나오는 모든 곡의 노래와 하모니카·기타 연주를 현장에서 라이브로 소화했다. 이를 위해 쏟은 시간만 5년6개월, 1만 시간이 넘는다. 딜런의 공연과 인터뷰를 돌려보며 그의 자세부터 목소리, 그 시대 아티스트 및 음악의 역사까지 철저히 익혔다고 한다. 샬라메는 이 연기로 내달 열리는 제97회 미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로 올랐다.
영화는 남우주연상 외 작품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등 총 8개 부문에 후보 지명됐다. <처음 만나는 자유>부터 <로건>, <포드 V 페라리>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평단과 관객을 두루 사로잡아온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