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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위키드’로 국내에서도 알려진 영국 출신 흑인 배우 신시아 에리보(38)가 브로드웨이 뮤지컬에서 예수 역을 맡게 되자 반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현지시간 18일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신시아 에리보가 유명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Jesus Christ Superstar)에 예수 역으로 캐스팅됐다고 보도했다. 첫 ‘여성 예수’가 등장하는 이 공연은 오는 8월 1일부터 3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볼에서 열린다.
같은 날 캘리포니아주 할리우드 볼 측에서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같은 소식을 전하며 에리보에 대해 “에미상, 그래미상, 토니상 수상자이자 오스카상 후보에 세 번 지명됐다”고 소개했다. 앞서 ‘컬러 퍼플’의 셀리 역으로 뮤지컬계에서 자리를 공고히 한 에리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번 여름은 조금 바쁠 예정”이라며 첫 예수 역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는 1971년 브로드웨이에서 첫 공연한 뮤지컬로 예수의 생애 마지막 주를 다룬다. 노만 주이슨 감독이 각색한 영화가 1973년 개봉되기도 했다. 이 극에서 여성이 예수를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다. 배역 선정에서 성에 의한 제약‧차별을 최대한 배제하는 ‘젠더 프리 캐스팅’은 공연계에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다.
흑인 배우가 예수를 연기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8년 NBC가 방영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라이브 인 콘서트’에서 흑인 아티스트인 존 레전드가 예수 역을 맡았다. 동성애자로 알려진 아티스트 데클런 베넷도 이 극에서 예수를 연기한 적 있다.
일각에선 신성모독이라는 반발도 일고 있다. 호주의 우익 정치인 랄프 바베트는 “이것은 창의성에 대한 것이 아니라 기독교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며, 우리의 신앙과 전통에 대한 고의적인 모욕”이라며 “그들은 신성한 것을 조롱하며, 아무런 결과도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이자 미국 정부효율부(DOGE) 수장인 일론 머스크도 SNS에 “다른 종교에 이런 짓을 한다고 상상해보라”는 글을 남기며 비판에 가세했다. 머스크는 여성으로 성별을 전환한 자신의 자녀에 대해 ‘비유적으로 죽었다’고 표현하는 등 젠더 문제에 있어 강경한 보수파임을 공고히 한 바 있다. 머스크를 정부 요직에 초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젠더 다양성에 반기를 드는 정책을 적극 시행하고 있다.
한편 예수의 피부색에 대한 논쟁은 오래된 것이다. 성경 기록에 따르면 예수는 현재의 중동 지방에서 살았기 때문에 현대 중동인처럼 갈색 피부일 가능성이 많다는 주장이 여러 번 제기됐다. 해당 가설은 널리 받아들여진 편견을 반격하는 예시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유대인인 예수가 ‘백인에 가까운’ 유대인의 외양일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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