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과 첨단산업을 불문하고 세계 경제를 주도했던 대한민국이 정체 구간에 들어섰습니다. 현장의 활기가 떨어지고, 저성장과 경제적 불확실성만 깊어집니다. 지구촌 곳곳에서 전쟁이 벌어지고 강대국의 자국우선주의는 지정학적 위기를 고조시킵니다. 우리 기업들은 앞으로 치고 나가기 보다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새로운 돌발변수에 대비 중입니다.
하지만 위기가 가중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번 창간기획 '한국경제의 미래, 누가 가로막는가'는 그 중에서도 규제개혁을 조명합니다. 우리 사회가 왜 낡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로 인해 놓치고 있는 기회들을 탐구했습니다. 뉴스웨이는 20~40대 205명에게 물었습니다. 기업과 정부, 그리고 시민사회가 함께 규제의 본질을 재평가하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탈피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답변을 구했습니다. 이를 통해 한국 경제가 미래의 성장 가능성을 되찾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그 과정을 전문가들과 함께 냉철히 분석했습니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3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법의 기준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한국경제를 이끌어 갈 미래 세대 과반은 중대재해처벌법의 규제 범위와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웨이가 창간 12주년을 맞아 20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중대재해처벌법이 생산 및 건설현장의 근로자 안전을 확보하는 데 실제로 기여하고 있다고 응답이 43.9%에 달했다.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17.6%에 불과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발생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도록 규정하는 법령이다. 2022년 시행됐고, 올해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됐다.
통계적으로 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재해 조사 대상 사망사고는 꾸준히 줄고 있다. 고용노동부 재해 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을 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직전인 2021년 연간 사망자수가 683명이었으나, 법 시행 직후인 2022년에는 644명, 지난해에는 598명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의 모호한 처벌 기준은 여전히 논란이다. 그동안 관련 업계에서는 안전 관리를 강화하는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규제의 범위와 책임 소재가 불명확하다며 보완 입법 및 처벌 규정 완화가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다.
전국경제연합회(이하 전경련)이 2022년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이런 내용이 있다. 전경련에 따르면 새 정부가 가장 개선해야 할 노동 과제로 중대재해처벌법(28.6%)이 첫 손에 꼽혔다. 당시 71개 기업 중 55곳(77.5%)이 중대재해처벌법 경영책임자 처벌 규정이 과도하다고 했다. 이 가운데 94.6%는 추후 법 개정 또는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스웨이의 설문조사 결과도 같다. 미래 세대는 중대재해처벌법 개선 여부를 두고 과반인 52.2%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47.8%는 현행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 가운데 과도한 처벌과 기준의 불명확한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88.2%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부적으로 보면 '처벌 기준 및 적용 여부를 명확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58%로 가장 많았고, '사업장 규모에 따라 완화 시킬 필요가 있다'(산업 및 사업규모 등에 따라 차등 적용)는 답변(30.2%)이 그 뒤를 이었다. 심지어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통해서도 근로자 보호가 가능함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11.7%나 나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장기적으로 중대재해처벌법은 유지되는 것이 옳은 방향이지만 법 적용 기준을 재정립하고 사업 진행 과정에 따라 책임을 질 수 있도록 개선될 필요가 있다"면서 "무작정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산업 자체가 위축 될 수 있기에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