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브라운 "위기의 그림책 꿋굿하게 그려나갈 것...차기작은 현대판 전래동화"

2025-08-13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국 관객들이 그림책의 소장 가치를 느끼시면 좋겠습니다.”

영국의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79)이 6년만에 한국을 찾았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앤서니 브라운 전(展):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을 기념해서다.

13일 한가람미술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한 뒤 중앙일보와 만난 브라운은 “이번 전시회는 지난 50년 가까이 제가 한 전시회 중 최고”라며 웃었다. 그는 지난 1976년 데뷔했다. 내년이 데뷔 50주년이다.

브라운은 데뷔작 『거울 속으로』를 시작으로 지난해 출간한 『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까지 총 57권의 그림책을 펴냈다.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와 함께 독특한 그림체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지난 2000년 영국인 최초로 세계적인 권위의 아동문학상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받았다. 2021년에는 ‘대영제국 사령관 훈장’(CBE)을 수훈했다.

브라운은 자신을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린 그림책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는 “서로 다른 매체인 그림과 글의 소통과 상호작용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한다”라며 “그림은 글이 전달하지 못하는 또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전시회 부제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스토리텔링의 대가)’은 이번 전시 기획사 측이 제안했다고 한다. 브라운은 “부제를 듣고 당황스러웠지만 자랑스럽기도 했다”라고 했다.

그는 “그림책은 일반 서적을 보기 전 일종의 입문서 같은 역할”이라며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북돋을 수 있고 전세계 아이들이 가질 수 있는 걱정, 괴로운 감정을 연민 어린 시선으로 어루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그림책이 위기를 맞고 있다는 게 그의 우려다. 브라운은 간담회에서 “영상 매체 발전으로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줄고 그림책이 쇠퇴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이어 “어른이 글을 읽어주면 아이는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어른과 아이는 서로 다른 것을 느낄 수 있고 대화할 수 있다”며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부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숏폼 등의 영향으로 그림책이 나오지 않는 세상이 오더라도 나는 끝까지 꿋꿋하게 (그림책을) 펴낼 것”이라며 “영상 매체와의 협업 필요성도 아직은 느끼지 못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년 출간 예정인 신작 그림책과, 현재 작업 중인 작품에 대해 귀띔했다. 작업을 마친 신작 제목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더 우즈』(Once upon a time in the woods)다. ‘현대판 전래 동화’ 라는게 그의 설명이다. 암컷 고릴라와 소년 간의 이야기를 다룬 그림책도 작업 중이다.

지난 5월 2일 개막한 이번 전시회에서는 브라운이 그간 펴낸 그림책 원화 260여점을 볼 수 있다. 그림책 『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 『우리 할아버지』, 『나와 스크러피, 그리고 바다』의 원화가 아시아에서 첫 공개된다.

이날 전시장은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아이 손을 잡고 찾아온 엄마 아빠들로 붐볐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그림책 작가’라는 명성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었다. 브라운은 “한국 관객들은 열정적이고 내게 에너지를 준다”고 했다. 그는 이날 자신의 아들, 딸 및 손자, 손녀 등과 전시실을 둘러봤다. 15∼17일에는 사인회로 국내 독자들을 만난다. 이번 전시회는 다음 달 28일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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