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1·2대 교역 시장인 미국과 중국으로의 수출이 줄어든 가운데,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시장이 한국 수출의 대체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1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5월 한국의 대아세안 수출액은 478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대미·대중 수출이 각각 4.3%, 5%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대아세안 수출액은 지난 2월 95억6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대중 수출(95억 달러)을 제치고 2위 시장에 등극하기도 했다. 아세안이 중국을 넘어선 것은 2002년 2월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다. 3월까지도 대아세안 수출액(102억6000만 달러)은 대중 수출액(100억6000만 달러)보다 많아 2위를 유지했다.
배경엔 한국의 주요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이 늘어난 영향이 있다. 반도체는 대아세안 수출의 29%를 차지한다. 아세안 국가가 글로벌 전자제품 생산 거점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삼성전자 등 기업의 현지 조립·생산을 위한 반도체 수출이 증가했다. 앞서 정부는 “전자기기 시장의 성장과 데이터센터·인공지능(AI) 분야 투자가 확대되면서 아세안으로의 반도체 수출이 호조세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세안 시장은 세계적인 ‘탈중국’ 공급망 재편, 젊은 층이 많은 인구구조, 디지털 경제의 급성장 등으로 미래 중요도가 더 높아지고 있다. 아세안 국가 중에선 특히 베트남에서 한국과 중국 간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은 삼성전자의 휴대전화·전자제품, LG의 가전·디스플레이 등이 베트남 현지에 진출했다. 중국은 샤오미 휴대전화, 징둥팡 디스플레이, TCL 가전 등이 현지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코트라는 “글로벌 통상 환경의 변화로 인해 한중 간 경쟁이 심화할 가능성이 높은 품목에 대한 집중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