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투자=수익². 미국 빅테크 세계관에서 ‘거듭제곱법칙(멱법칙·the power law)은 진리였다. 초기 투자로 압도적 경제적 해자를 만들고, 그 수익을 다시 투자해 밸류체인을 장악하는 것. 경쟁자가 나와도 벌어진 격차는 웬만해선 좁혀지지 않는다. 최근 30년간 이어진 인터넷·모바일 혁명기가 그랬다. 생성AI 역시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이 게임의 법칙,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중국산 AI ‘딥시크’ 때문이다. 출발도 늦었고, 돈은 적게 썼고, 견제도 했는데, 성능이 비슷하다고? 시험 전날 놀았다는 ‘전교 1등’을 보는 기분이 이럴까. 실리콘밸리부터 국내 AI 기업까지 눈에 불을 켜고 들여다보고 있는 딥시크. 그래서 준비했다. ‘딥시크 쇼크 이후의 AI’, 이것만 읽으면 당신도 이 난리통을 한번에 꿸 수 있다.
① 中 10년간의 치밀한 빌드업 ‘딥시크 스톰’
② 실리콘밸리에 울린 비상경보, 승자는 누구?
Today’s Topic
실리콘밸리에 울린 비상경보
승자는 누구? 딥시크 스톰②
지난 4일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그 어느 때보다 잰걸음이었다. 이른 오전 한국 개발자들을 만난 데 이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하고, 곧바로 카카오와 전략적 제휴 발표를 위한 행사장을 찾았다. 끝나자마자 국내 주요 기업 경영진들과의 오찬에 참석했고, 바로 강남으로 직행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3자 회담을 했다. 그리고 바로 인도로 떠났다. 단 한 순간도 쉬지 않았던, 발 바닥에 땀나는 일정. 그가 이렇게나 바빴던 이유는?
딥시크 등장 이후 실리콘밸리에 비상경보가 발령된 건, 단순히 중국이 싸고 성능 좋은 인공지능(AI)을 만들어서만은 아니다. AI는 이제 단순한 ‘기술’을 넘어 경제와 안보,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친 전략적 요소로 자리 잡았다. 중국과 미국이라는 두 고래 사이에서 한국 AI 스타트업의 살아남기도 치열해졌다. 글로벌 AI 세계 판도는 어떻게 바뀔까? ‘내 엔비디아, 메타 주식은 괜찮을까?’ 팔까 말까 고민 중인 사람들도 주목.
![](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502/06/36c2de71-2e65-483a-9277-f61031d90d80.jpg)
1. 中 비장의 무기에 자존심 긁힌 ‘AI MAGA’
AI 산업 3요소로 꼽히는 ‘데이터, 알고리즘, 인프라’. 이 중 미국이 중국을 압도할 수 있는 건, 그래픽처리장치(GPU),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포함한 인프라다. 반도체 및 관련 장비, 소프트웨어 등을 틀어쥐고 중국이 쫓아오지 못하게 하겠단 게 미국의 계획. 그런데, 딥시크가 나머지 두 요소에 집중해 인프라 열세를 극복하면서 미국에 큰 충격을 안겼다. “오픈AI(미국)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네?”
제재의 역설: 2022년 미국이 첨단 컴퓨팅 칩과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통제하는 규제를 발표하면서 엔비디아 최신 GPU인 H100 포함, A100까지도 중국 판매가 금지됐다. 몰래 H100을 들여올 순 있지만, 대외적으로 중국이 쓸 수 있는 건 규제에 맞게 만든 저사양 칩 H800. 업계에선 이런 제약이 딥시크가 AI 모델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찾도록 부추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사양 칩밖에 쓸 수 없는 환경이 혁신을 촉진했다는 의미. 뉴욕타임스(NYT)는 “딥시크 AI 모델의 성능은 미 정부의 무역 제재가 가져온 의도치 않은 결과”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