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16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주심 재판관을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헌정사상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주심 재판관이 공개되지 않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진 헌재 공보관은 브리핑에서 “주심 배당은 이뤄졌지만 비공개 하기로 결정했다”며 “이유는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헌재에서 주심은 내부적으로 평의를 효율적으로 진행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때 모두 주심 재판관을 공개했다. 노 전 대통령 사건 때는 주심 재판관 공개가 관례였다. 박 전 대통령 때는 주심 재판관 비공개가 원칙이었지만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예외적으로 공개했다.
헌재는 2008년부터 ‘헌재 결정문 작성방식에 대한 내규’ 변경에 따라 주심 재판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 등 예외적인 사건은 재판관 회의를 거쳐 주심 재판관을 공개해왔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이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사건 등은 주심 재판관을 공개했었다.
헌재가 이번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 주심 재판관이 누군지 공개하지 않기로 한 건 재판관 개개인의 심적 부담감을 줄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최근 재판관 개개인에 대한 인식공격이 부쩍 늘어난 상황도 감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의대 증원 집행정지 신청 항고심에서 정부 측 손을 들어 준 서울고법 재판장이 ‘좌표찍기’ ‘신상털기’의 표적이 됐다. 이미 헌재 인터넷 자유게시판에는 “탄핵을 인용해야 한다” “탄핵을 반대한다” 등의 글이 수천개 올라왔다.
헌재는 이런 부작용과 위험성을 우려해 규정대로 주심 재판관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라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하면 심리 절차 진행의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공개해야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통상적으로 주심 재판관은 수명재판관 2명 중 1명이 맡기 때문에 어느정도 추측이 가능하기도 하다. 수명재판관은 재판에 앞서 당사자들의 주장과 증거를 정리해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헌재는 이날 수명재판관으로 이미선·정형식 재판관을 지정했다. 변론준비절차에서는 2명의 수명재판관만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