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타스만과 불안한 KGM, 그걸 지켜보는 현대차

2024-09-14

렉스턴 스포츠 판매간섭 예상…픽업트럭 시장 키울 수도

기아, 현대차 대비 내수판매 우위 더욱 확대 전망

기아의 픽업트럭 타스만 출시를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새로운 레저용 차량의 등장을 기다려온 국내 소비자들은 기대가 크지만, 독과점 시장을 나눠야 하는 KG 모빌리티에겐 불안 요인이다. 타스만이 큰 성공을 거둘 경우 기아가 내수 시장에서 현대차에 비해 보여온 우위도 더욱 확연해질 가능성이 높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의 픽업트럭 타스만은 올해 하반기 중 실차 디자인 공개에 이어 내년 상반기 중으로 국내 출시될 예정이다. 해외로는 호주, 아프리카, 중동 등지가 출시국으로 예상된다.

타스만은 국내 차급 분류기준 ‘준대형 트럭’으로 KG 모빌리티의 렉스턴 스포츠, 그리고 제너럴모터스(GM) 한국사업장이 수입 판매하는 쉐보레 콜로라도, 또 다른 수입차인 포드 레인저와 크기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GM 한국사업장의 또 다른 픽업트럭 GMC 시에라와 같은 풀사이즈 픽업트럭은 지나치게 큰 덩치 때문에 수요층이 제한돼 있다는 점에서 국내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양산 모델로는 부적합하다.

타스만은 위장막 모델 공개를 통해 각진 형상의 터프한 스타일인 게 확인됐고, 기아의 기존 준대형 SUV 모하비 차체를 기반으로 한 프레임 바디를 채용해 많은 짐을 싣고도 오프로드의 거친 환경을 견뎌내기에 적합하다. 파워트레인으로는 쏘렌토에 장착되는 2.5ℓ 가솔린 터보 엔진과 2.2ℓ 디젤 엔진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타스만의 테스트 영상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면서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앨라배마 힐스(Alabama Hills), 호주 툴랑기(Toolangi)의 깊은 숲, 빅토리아 주의 마운트 블랙(Mount Black), 머레이스 코너(Murrays Corner)의 거친 지형을 달리는 타스만의 모습이 영상을 통해 공개됐다.

바위투성이의 험준한 오프로드와 험준한 산악 지형, 미끄러운 진흙길을 거침없이 주파하는 테스트 영상을 통해 기아는 타스만이 단순히 형태만 픽업트럭의 모양새를 갖춘 게 아니라, 이 분야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정통 픽업트럭들과 당당히 경쟁할 야심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미국 정통 픽업트럭인 콜로라도, 레인저와 비교해도 성능을 비롯한 전반적인 상품성에서 밀리지 않는 제대로 된 픽업트럭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타스만의 가격은 렉스턴 스포츠와 콜로라도‧레인저의 중간에 위치할 것으로 예상된다. 렉스턴 스포츠와 데크 확장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 칸은 2000만원대 후반부터 4000만원대 초반이라는 뛰어난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콜로라도는 7000만원대 초반, 레인저는 7000만원대 후반으로 렉스턴 스포츠의 2배에 달하는 가격대다.

타스만은 국내에서 생산해 판매하는 만큼 동급 수입차들보다는 저렴하겠지만, 차체를 공유하는 모하비가 5000만원대 중후반이라 이 밑으로 떨어지기는 어렵다. 5000~6000만원대 가격으로 렉스턴 스포츠와 콜로라도‧레인저 사이의 갭을 메우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렉스턴 스포츠보다는 좀 더 고급스럽고, 콜로라도‧레인저보다는 가격적 부담이 덜한 픽업트럭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제격이다.

타스만 출시로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차종은 렉스턴 스포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콜로라도‧레인저는 가격적 한계로 인해 기껏해야 둘이 합쳐 월평균 100여대 수준에 머물고 있지만, 렉스턴 스포츠는 한 달에 1000대 이상씩 팔린다. 타스만으로서는 콜로라도‧레인저보다는 렉스턴 스포츠로부터 빼앗아 올 몫이 더 큰 셈이다.

판매 라인업이 다양하지 않은 KG 모빌리티로서는 큰 기복 없이 꾸준히 월 세 자릿수 판매량을 담당해주는 렉스턴 스포츠 고객을 타스만에 빼앗긴다면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다만, 2018년 렉스턴 스포츠 한 차종으로만 4만2021대가 팔렸던 픽업트럭 시장의 잠재력을 감안하면, 그동안 위축됐던 픽업트럭 시장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타스만에게 기대할 수도 있다. 다시 시장이 연 4만대 이상 규모로 커진다면 기존 픽업트럭들도 큰 판매간섭은 피할 수 있다.

타스만이 연간 수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할 경우 기아는 내수 시장 점유율을 더 키울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미 상용차와 제네시스를 제외한 실질 판매량에서는 기아에 내수 1위를 내준 ‘한 집안 형님’ 현대차로서는 동생과의 격차가 더 심해지는 것이다.

올해 1~8월 국내 시장에서 기아는 36만1760대, 현대차는 45만9800대를 판매했다. 전체 판매대수는 현대차가 1만대가량 앞서지만, 현대차 실적에는 대형 트럭과 버스 물량과 별도의 고급차 브랜드인 제네시스 판매량도 포함돼 있다. 기아는 상용차가 1t 트럭과 소형 버스 뿐이다.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승용과 RV 물량만 계산하면 기아가 33만1637대로 현대차(27만7015대)를 압도한다. 승용에서는 현대차가 11만7962대로 기아(9만4236대)를 앞섰지만 RV에서는 기아가 23만7401대로 현대차(14만9053대)보다 월등히 성적이 좋다.

기아가 RV로 분류하는 카니발과 플랫폼을 공유하는 스타리아를 현대차는 소형 상용차로 분류하지만, 이를 RV 분류에 넣어도 판도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올해 1~8월 스타리아 판매는 2만6734대였다.

타스만이 큰 성공을 거둔다면 현대차도 형제 회사로서 축하해줄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착잡한 마음도 없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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